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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침?’ 오사다하루 깬 발렌틴 이젠 60호다!


입력 2013.09.16 09:48 수정 2013.09.16 10:09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15일 한신전서 시즌 56·57호 홈런 작렬

‘불가침의 영역’ 오 사다하루 가볍게 넘어

일본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을 수립한 발렌틴. ⓒ 연합뉴스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던 무명의 용병이 일본과 아시아 야구의 전설을 넘어 새로운 역사를 썼다.

주인공은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우타 거포 블라디미르 발렌틴(29). 올 시즌 홈런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발렌틴은 15일 일본 도쿄 메이지진구구장 한신전에 4번 좌익수로 선발 출장, 4타수 2안타(2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발렌틴은 첫 번째와 두 번째 타석에서 연타석 홈런을 작렬하며 단숨에 역사를 바꿔놓았다. 1회 1사 2루에서 에노키다 다이키의 직구를 받아쳐 좌측 펜스를 넘기는 시즌 56호 홈런을 때렸다. 오 사다하루(1964년), 터피 로즈(긴테쓰·2001년), 알렉스 카브레라(세이부·2002년)가 갖고 있던 55홈런을 넘어서며 49년 만에 작성된 일본야구 홈런 신기록이다.

발렌틴 기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야쿠르트가 3-0 앞서던 3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다시 에노키다의 몸쪽 슬라이더를 끌어당겨 왼쪽 펜스를 넘겼다. 시즌 57호는 이승엽(삼성)이 2003년 한국프로야구에서 수립한 기록(56개)을 넘어서는 아시아 최다홈런 기록. 한국과 일본야구의 전설이 수립했던 역사가 하루아침에 발렌틴에 의해 주인공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네덜란드 출신의 발렌틴은 어린 시절부터 우타 거포 유망주로 꼽히며 기대를 모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2007~2009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신시내티에서 뛰며 통산 170경기 타율 0.221, 15홈런 52타점의 기록을 남긴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2011년 이후 일본 진출 이후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발렌틴은 지난 2년 연속 센트럴리그 홈런왕을 차지하면서 일본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야쿠르트 입단 전에는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한때 영입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발렌틴은 한국야구에도 아픔을 안긴 기억이 있다. 지난 3월 네덜란드 대표로 출전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전에서 4번 타자로 나서 3타수 1안타 1타점을 올리며 승리의 디딤돌을 놓기도 했다.

이승엽, 이대호 등 일본에 진출했던 역대 한국인 타자들도 마찬가지지만, 외국인 선수들이 일본프로야구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일본야구의 전설로 꼽히는 오 사다하루의 홈런 기록은 그야말로 외국인 타자들에게는 불가침의 영역처럼 여겨져 왔다.

발렌틴 이전, 오 사다하루의 기록에 근접했던 터피 로즈나 알렉스 카브레라도 시즌 막판 외국인 타자에게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는 일본 야구계의 노골적인 텃세와 견제로 인해 결국 신기록 달성에 실패했다.

발렌틴 역시 대기록이 가까워올수록 집중견제에 시달렸으나 물오른 타격감을 막을 수는 없었다. 더구나 야쿠르트는 아직 18경기가 남겨두고 있어 대기록의 부담감을 덜어낸 발렌틴은 아시아 프로야구 사상 첫 60홈런 고지를 넘어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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