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교과서 논쟁은 '서막' 역사전쟁 시작되다
<굿소사이어티 칼럼>진실 은폐하려는 '분서갱유'
좌파언론과 정치권이 보여준 이성에 대한 폭력
최근에 벌어진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두고 벌어진 파동은 국사학계와 역사교육계 더 나아가서 일부 언론계와 시민사회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바람직한 자국사(自國史) 교과서와 국사교육의 이상과는 너무나 먼 현행 국사교육의 문제와 더불어 마녀사냥에 몰두하는 일부 좌파 언론과 정치계의 민낯을 잘 보여준 사건이었다. 그건 거의 정신적 폭력을 우리사회에 가한 것이다.
새로운 검인정 교과서가 곧 채택될 예정이다. 그런데 교학사 교과서가 본인들의 생각과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집필이 되고 검인정 통과가 된 것을 알고, 아예 그러한 교과서가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시도가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그래서 교과서 내용이 알려지기도 전에 온갖 허위내용으로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공격이 가해진 것이다.
좌파언론과 정치권이 보여준 이성에 대한 폭력
경향신문 5월 31일자 기사들을 필두로 이런 음해가 시작됐으며 거대 포털사이트 다음(Daum)은 편향된 경향신문 보도를 초기화면의 헤드라인에 올려놓으며 허위사실을 확산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다른 좌파 언론에서도 동시 다발적으로 교학사 교과서를 근거 없이 일제히 비난했다.
일례로 한겨레신문은 5월 31일자 인터넷 판 기사에선 “뉴라이트 교과서엔 5.16은 혁명, 5.18은 폭동”이라는 제목의 왜곡기사를 올려놓았다가 너무 심한 왜곡임을 깨달았는지, 제목을 바꾸고 오프라인판에서도 제목을 수정했다.
여기에 대해 한 양식 있는 역사교사는 오마이뉴스에서 '민족주의에 기댄 '황색 저널리즘': 진영논리로 근현대사 해석하는 학계와 언론'이란 기사를 통해 한겨레신문이 "정정 보도문을 내고, 해당출판사와 필자들에게 사과하기 바란다"는 비판을 했다.
일부 국사학자들과 역사교수들은 역사교육을 국가정체성 교육에 두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부각시키려 노력해 왔다. 이들은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불매운동을 부추기며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악선전을 할 뿐만 아니라 여론을 호도했다.
이러한 흑색선전은 황색 언론들이 의도한 바대로 급속히 일부 몰지각한 대중의 폭력으로 번져나갔다. 인터넷 공간에선 교학사교과서에 “안중근의사는 테러리스트, 유관순누나는 여자깡패”라는 내용이 들어있다는 식의 비방이 넘쳐났다.
과거 기파랑 출판사에서 출간한 '대안교과서'에 대한 허위비방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는 일이 많았다. 흥미롭게도 북한의 조선중앙통신도 6월 5일 '남조선 각계층, 보수패당의 력사교과서 왜곡행위에 항의'라는 보도에서 교학사 교과서를 맹비난하면서 이런 흐름에 동참했다.
이러한 광란에 민주당도 가세했다. 배재정 대변인의 6월 2일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과 안중근 의사를 테러 활동을 한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는 황당한 브리핑을 시작으로 우원식, 양승조, 정청래 의원 등이 이후에도 릴레이식으로 허위 발언을 이어갔다.
새누리당의 유수택 최고위원도 이런 유언비어에 미혹돼서 6월 3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역사 교과서 중 한 교과서가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폭동으로 기술하고 있다. ... 결과적으로 정부가 욕을 먹게 되니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당 차원에서 말씀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이 허위임을 깨닫고 6월 4일 곧바로 “잘못된 언론보도와 인터넷 자료를 통해 얻은 정보를 정확히 확인해 보지 못하면서 이번 일이 발생했다”며 “해당 교과서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행히도 민주당의원들은 아직까지 한마디 사과도 안하고 있다. 후안무치한 행동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현대판 분서갱유(焚書坑儒)
흑색선전내용을 그대로 믿는 몰지각한 네티즌들은 교학사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교학사 한국사교과서의 검인정을 취소하라는 협박이 이어졌다. 실제로 교학사는 이런 협박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자진취소 일보직전까지 가게 되는 위기를 맞았었다. 한국현대사학회는 이러한 비방에 대해 반박성명과 고발로 대응했고 고발된 네티즌은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허위게시물을 내려놓았다. 다행히 양식 있는 언론계에서도 이런 광란에 대한 준엄한 비판이 이어졌다.
더욱 기가 막힌 일은 민주당 김태년 의원실에서 권희영 교수와 정영순b교수에 대해 표적사찰을 감행하며 한국현대사학회에 대한 학문적 탄압을 시도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대해 한국학중앙연구원의 몇몇 양식 있는 교수들과 국내의 양심 있는 좌우파를 망라한 학자와 지식인 412명(일반인 56명은 별도로 참여)이 6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사학자 표적 사찰 사과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지식인 선언'을 통해 "국회의원이 권력의 칼로 학문•사상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했다"며 민주당 김태년 의원에 항의했다.
이 성명서는 유재천 전 상지대 총장이 낭독했고, 우창록 변호사·굿소사이어티 이사장,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상임이사, 박상증 전 참여연대 공동대표, 신명순 전 연세대 부총장, 이인호•이승훈•조두영 서울대 명예교수, 강성학 서지문 고려대 교수, 최협 전남대 명예교수, 최진덕 이상훈 정영훈 전택수 조현범 박동준 손용택 양동안 이서행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일부 국사학계와 좌파언론들, 민주당과 일부 교육감들이 내용이 공개도 안 된 교학사 교과서를 공격하며 검인정 취소 혹은 보이콧 운동에 준하는 행동을 한 것은 지적인 파산이며 정신적 폭력이라 할만하다. 이런 일련의 사태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현대판 분서갱유(焚書坑儒)다. 그런 의미에서 교학사 교과서의 검인정을 놓고 벌어진 해프닝은 한국사회와 정치계, 그리고 일부 국사학계와 언론의 저급성을 증명하는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작년에 '백년전쟁'이라는 다큐멘터리가 황급히 나오게 된 데는 지난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이었고 상당히 거친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이 거친 내용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현재 국사학계의 다수가 갖고 있는 생각과 일치하는 면이 많았다.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그 다음단계로 교과서 문제가 불거져 나온 형국이다.
이런 일이 생기는 데에는 우리 사회의 정체성 부재(不在)와 잘못된 국사 교육이 큰 원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실제로 “이승만도 이완용이랑 비슷한 친일파로 나라를 팔아먹으려 했다”는 한 교사의 수업은 ‘다큐멘터리 백년전쟁’(민족문제연구소 제작)의 내용을 빼다 박았다. ‘백년전쟁’은 외적으론 다큐멘터리의 형식이지만 사실은 왜곡으로 가득 찬 선전선동 영상물로서, 대한민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겠다는 의도가 뻔히 보인다.
이제 헌법적 가치를 어떻게 수호할 것인가?
이승만은 독립협회 시절부터 민주공화주의자로 활동한 선각자이고 독립운동가였다. 그런 그를 친일파로 매도하는 것은 망발 수준이다. 이 다큐의 ‘프레이저 보고서’편은 한국의 경제개발은 미국이 다 해준 것이고 박정희의 역할은 없었다는 게 골자다. 그렇다면 평소 그들의 미국에 대한 증오와는 논리 모순이 아닌가.
이런 허술한 논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경제개발을 지원한 개발도상국이 많은데 유독 왜 한국에서만 성공했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 우리의 정치지도자들과 경제인들 및 국민이 합심해서 이룩한 경제개발은 미국의 지원과는 별개로 경제 발전을 이룬 원동력이었다. 이승만이나 박정희나 결함이 많은 정치가였지만 그들의 공과(功過)는 공평하게 평가돼야지 이렇게 한쪽만 편파적으로 다뤄선 안 된다.
최근 검정 통과하여 출판 예정인 교학사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는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하고 애국심을 유발하는 역사교육의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는 기조로 서술된 교과서이다. 반면 기존 한국사학자들은 낡은 계급적 민중사관에만 집착하여 역사를 해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체제임은 일반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역사교과서에 이러한 내용을 넣는 것에 대해 기존 한국사학자들이 격렬히 반발했었다. 이러한 학자들의 논리를 무조건 옹호하는 일부 좌파 언론들은 과연 정론을 표방하는 언론인지를 묻고 싶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해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정도로 거부하는 이유는 자유민주주의를 시장지상주의, 신자유주의로 축소해석을 하고 더 심한 경우는 우파독재와 동일시를 하기 때문이다. 〈역사정의실천연대〉의 선언문을 보더라도 “지금까지 사용해온 민주주의라는 용어 대신, 독재를 정당화하고 반공주의와 같은 의미로 통용되어온 자유민주주의를 쓰도록 하였다”라고 비판하는 대목이 나온다. 한마디로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는 개념을 왜곡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 의회민주주의, 대의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대립개념으로 보는 것은 편협한 생각이다.
사회민주주의는 물론 사회주의에서 나왔지만 산업화 사회에선 노동자가 다수가 되기 때문에 의회민주주의 내에서 선거를 통해 집권할 수 있다는 것이 사회민주주의였다. 실제 영국에서 1920년대 노동당이 집권하고, 그 이후 독일의 사회민주당, 프랑스의 사회당이 집권하면서 사회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라는 큰 틀 속에 포용됐다.
사민당 브란트(Willy Brandt)정권의 서독이 결코 자유민주주의체제가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 이 둘을 굉장히 대립적인 것으로 보면서 이해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자유민주주의를 독재로 치환하는 무식한 논의들이 진행되는 것은 큰 문제이다.
전 세계적으로 역사교육의 발전은 근대화 과정에서 각국의 근대국가 건설을 위해 국가 설립의 헌법적 가치를 국민들에게 인지시키고 근대 국민을 탄생시키기 위한 과정이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고 건국의 아버지인 이승만 대통령과 근대화에 기여한 박정희 대통령이 저평가되어 학생들에게 잘못 된 인식이 주입되는 것을 방지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자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이승만 박정희 독재 미화’ 세력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오히려 역사를 객관적으로 보려는 것이 아니다.
많은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 성공적인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과정을 제대로 평가하자는 주장을 왜곡 편향된 역사관이라고 얘기하는 학자들과 언론이 오히려 왜곡 편향된 것이다.
글/강규형 명지대 기록대학원 교수(현대사)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