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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공무원 간첩사건 무죄 판결에 찜찜함이...


입력 2013.09.08 09:10 수정 2013.09.08 13:05        김소정 기자

법조계 일각 "유씨 여동생의 수사과정 진술 일관성 있어"

"재판부 번복된 진술만 근거 삼아 취지와 구체 정황 배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이 지난 4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증거를 국가정보원이 조작했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월 24일 서울시청 앞에서 라이트코리아, 좋은세상만들기국민운동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서울시 간첩사건과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탈북자로 위장한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모 씨(33)가 1심에서 국가보안법 위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되면서 공권력 남용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재판부는 유씨에 대해 여권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유씨 여동생(26)의 진술 이외에 국보법 위반을 입증할 만한 특별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유씨의 여동생이 국정원과 검찰 조사 때 했던 진술 즉 기소의 근거와 법정 진술이 달랐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의 조력을 받은 유씨 여동생은 법정에서 수사 과정에서 한 진술을 모두 뒤집고 ‘국정원의 회유와 협박, 폭행에 따른 거짓진술’이라고 주장했으며, 변호인도 “이 사건은 국정원이 유씨 여동생의 거짓진술을 받아내 조작한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이 사건에서 유일한 증거인 유씨 여동생의 진술에 대해 재판부는 ‘국정원 수사관들이 진술 거부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고지하지 않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유씨 여동생이 검찰 수사를 받으며 진술한 유씨의 지난해 1월22일 밀입북 사실에 대해 "공소 사실 가운데 가장 최근의 일인데도 명백히 객관적인 자료와 모순되는 진술은 단순히 기억의 착오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선 “유씨 여동생이 국정원과 검찰 조사 과정에서 한 진술에 일관성이 있는데도 1심 재판부가 법정에서 번복된 진술만 근거로 삼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공사건의 경우 범죄 행위의 상당 부분이 북한이나 해외에서 벌어지므로 물적증거와 더불어 사건 당사자나 관련자의 증언 등 인적증거가 결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씨 여동생이 수사 과정에서 진술한 내용 가운데 오빠 유씨의 밀입북 시점에 유씨가 실제로 중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뿐만 아니라 유씨가 북한에서 살았던 회령 출신의 탈북자들 다수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유씨 여동생이 진술한 시점에 회령에서 유씨를 직접 목격했다”는 북한 주민들의 전언도 밝힌 바 있다.

유씨가 법정에서 한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난 경우도 있었다. 유씨는 공소 사실에 있는 ‘QQ메신저(중국에서 상용되는 메신저프로그램)를 사용해 동생을 통해 탈북자 명단을 북한 보위부에 전달했다’는 내용에 대해 “QQ메신저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 관계자는 “실제로 유씨가 QQ메신저를 이용해 여동생과 화상통화 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이 수사 과정에서 확인됐다”고 전했다.

그는 “유씨가 밀입북 대가로 일제 도시바 중고노트북을 북한 보위부에 제공한 혐의에 대해서도 지난 수사 과정에선 일관되게 인정했다가 공판 과정에서 전면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선 노트북을 건네받아 북한 보위부에 전달한 유씨 외당숙의 진술 내용과 국제택배 발송 내역 등 이를 뒷받침할 여러 증거도 있다”고 했다.

유씨 여동생은 국정원과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지긋지긋한 보위부에서 벗어나 그동안의 잘못을 뉘우치고 새 삶을 살고 싶다’면서 유씨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으며, 증거보전절차에서도 자백 경위를 묻는 변호인측의 질문에도 같은 답변을 했다고 한다.

사실 유씨 여동생은 국정원과 검찰 조사 과정에서 오빠 유씨가 북한 보위부 공작원으로 활동한 사실과 함께 밀입북한 경위 등을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증언해왔다고 한다.

유씨 여동생은 지난 증거보전절차에서 변호인측에 ‘오빠가 처벌받더라도 사실을 밝히는 것이 가족 모두가 보위부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내용은 유씨 여동생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자필로 오빠에게 쓴 편지 내용과도 같다.

관계자는 “유씨 여동생이 조사 과정에서 한 진술은 당사자가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는 생생한 증언으로 당시 진술 과정 전체를 녹화한 영상녹화물이 법원에 제출돼 있다”면서 “올해 3월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진행된 증거보전절차에서 한 진술 내용과도 일관된다”고 말했다.

유씨 여동생은 이런 수사 과정에서의 진술을 뒤집고 법정에서 ‘국정원에서 회유나 협박, 폭행을 받고 거짓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1심 재판부는 “유씨의 여동생이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수사관들로부터 폭행, 협박 및 가혹행위를 당하였거나 세뇌 또는 회유를 받지 아니한 상태에서 자유롭게 진술을 하였던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판시해 이 주장을 사실상 배척했다.

유씨의 변호인은 ‘국정원 수사관들이 진술 거부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사실 유씨와 유씨 여동생의 경우 탈북자로 위장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으므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2조(임시보호 등의 내용)에 따라 진성 탈북자인지 위장 탈북자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이런 고지가 불필요하다.

이번에 재판부는 유씨 여동생이 수사 과정에서 회유나 협박 및 가혹행위가 없었음을 인정하면서도 공소 사실의 일부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변호인측에서 주장해온 여동생이 친오빠를 간첩이라고 진술하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계자는 “유씨 여동생이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오빠가 재북 화교임을 실토할 때 어머니 조인화가 2006년 5월 중국 휴대폰으로 통화하던 중 보위부의 단속에 발각되자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실을 밝혔다. 당시 북한 보위부원들이 휴대폰만 압수한 채 쓰러진 어머니를 방치했던 상황을 잊을 수 없고, 어머니의 원수로 여겼던 보위부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유씨 여동생은 증거보전절차 및 인신구제청구 때까지만 해도 수사 과정에서 진술한 내용 그대로인 입장이었지만 변호인들을 접촉한 이후 ‘국정원의 회유, 협박, 폭행 때문에 거짓진술을 했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관계자는 “재판부가 유씨 여동생이 주장한 국정원의 회유와 협박, 폭행 등을 인정하지 않은 점을 볼 때에도 결과적으로 이번에 유씨측 변호인의 행위는 방어권을 넘어서 불법 행위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1심 재판부도 유씨 여동생의 번복된 진술만 근거로 삼아 유씨 여동생이 수사 과정에서 했던 전반적인 진술의 취지와 구체적인 상황을 배척했다”고 지적했다.

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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