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관계 더 발전할 수 있는데 북한 때문에..."
박 대통령, G20 공식일정 마친 후 푸틴과 별도의 정상회담 가져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극항로 개발과 극동권 진출을 위한 한·러 간 경제협력 진전 방안을 논의했다.
G20 정상회의 참석차 러시아를 방문한 박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 공식일정이 모두 끝난 뒤 콘스탄틴 궁전 인근 회담장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나 한·러 양국의 경제협력은 물론 북핵문제를 비롯한 안보현안, 개발협력 방안 등을 주제로 폭넓은 논의를 나눴다.
먼저 푸틴 대통령은 “존경하는 박 대통령과 동료 여러분에게 다시 한 번 G20 양자회담에 온 것을 환영한다”면서 “G20 정상회의의 적극적 참여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는 아시아 지역에서 대한민국을 우선적 파트너 중 하나로 생각한다. 여러가지 방면에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G20 정상회담을 개최하시는데 여러모로 준비를 잘했고, 의제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의장국으로서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을 축하한다”고 화답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1990년 수교 이후 두 나라 간의 관계는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교역액이 100배, 110배 이상 많이 늘었다고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한국의 양국 관계는 더 발전할 수 있는 게 많은데 그러지 못했다. 그런 점에 대해서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그 이유는 북한의 핵무장과 한반도 주변의 상황이 영향을 줬다”면서 “유라시아 협력을 강화하는 게 새 정부의 중요한 국정과제인데 개인적으로 부산에서 출발해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철도가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었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유라시아의 협력 등 이런 과제와 푸틴 대통령도 극동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들었는데), 그런 것이 접목이 된다면 두 나라의 관계를 강화는 것도 되고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면서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유라시아 협력 국제컨퍼런스에 러시아의 참여를 요청했다.
이어진 비공개 회담에서 두 정상은 러시아의 동북아 개발프로젝트와 관련한 협력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프로젝트는 푸틴 대통령이 사할린과 시베리아 등 극동지역의 개발과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의 협력강화 등 이른바 ‘신(新) 동방정책’을 추진하면서 부각된 사업이다.
두 정상은 또 시베리아 횡단철도나 북한 나진항 현대화 사업, 북극항로 개발, 러시아 경협차관의 상환, 한·러 간 자유무역협정 논의, 푸틴 대통령의 방한 등의 문제도 논의 테이블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이날 현지 브리핑을 통해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는 한국의 러시아 경협, 특히 극동개발에 참여하는 것을 아주 적극 권장하고 지원해 주겠다는 생각이고 한국기업의 역할을 많이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또 “앞으로 9월 15일 북극항로를 개척하기 위한 최초의 내빙선이 바로 상트페테르부르크 근처에서 떠나게 되는데 그런 북극항로 협력이라든가, 우희 배가 러시아 화물을 싣고 북극해를 통해 가는데 이런 극동개발과 관련해 양측 정부의 금융협력 등이 검토할 수 있는 분야”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대북관계와 관련,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등 우리 정부의 국정기조를 푸틴 대통령에게 설명하고, 러시아에 이해와 협조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공개 회담으로 전환되기 전 박 대통령은 한·러 관계가 발전되지 못한 이유로 남북관계를 지적하며, 한·러 정상회담이 늦어진 데 대해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윤 장관은 “푸틴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했지만 앞으로 금년 말 이전, 가까운 시일 내에 푸틴 대통령이 방한하는 쪽으로 양국 정부가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7일 오전, 러시아 일정을 모두 끝내고 베트남 하노이로 떠났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밤 늦게 하노이에 도착한 뒤 9일 오전 호치민 주석 묘소 헌화를 시작으로 쯔엉 떤 상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등 베트남 국빈 방문 공식일정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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