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100일 '야당과는 뚫렸는데 당청 관계는...'
여야관계 위기마다 적절한 타협 양보로 소통 원만
전문가들 "세제개편안 논란 등 당청 소통은 아쉬움"
오는 22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첫 성적표’와 관련, 당내외 활동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취임 당시 내세웠던 3통 정치 가운데 야당과의 소통은 잘 해냈지만, 청와대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여당 원내대표의 주 업무는 야당을 상대로 한 협상·협의를 통해 정국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다. 지난 5월 15일 같은 날 당내 경선을 통해 선출된 여야 원내대표는 시작부터 ‘강 대 강’의 조합으로 많은 우려를 낳았다. 최 원내대표는 ‘강한 여당’을,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선명 야당’을 내세웠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최 원내대표는 위기 순간마다 적절한 타협과 양보로 고비를 넘어섰다.
역대 임시국회 가운데 가장 많은 법안을 처리한 6월 임시국회와 7~8월 국정원 국정조사 기간이 대표적인 경우로 최 원내대표는 자칫 파행으로 치닫을 수 있는 정국을 아슬아슬하게 조절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특히 최 원내대표는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FIU법)과 박근혜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를 뒷받침할 정보통신기술(ICT) 진흥 특별법 등 새누리당이 추진했던 핵심법안들을 통과시켰다.
이 밖에도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 관련 남북대화록 열람 방식, 민주당의 귀태 막말 논란, 국정원 증인 출석 문제 등 주요 현안마다 최 원내대표는 협상을 통해 막힌 정국을 풀어갔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핵심 관계자는 21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최 원내대표가 전 원내대표와는 소통이 잘 되고 있다”며 “야당 당내 사정에 복잡해서 두 원내대표가 생각하는 만큼 대외적으로 빛을 발휘하지 못해서 그렇지 원내대표 간의 대화 채널은 잘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가지 꼬이고 있는 부분은 야당의 내부사정과 주변 환경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라면서 “최 원내대표가 협상력이 부족하다거나 야당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 초선 의원은 “일반적으로 최 원내대표가 강성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상당히 실리적인 사람”이라면서 “단순 강성이라면 여기까지 이끌고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당 안팎으로 벌어지는 주요 사안에 대해 상황적으로 능수능란하게 대응하는 법을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 원내대표는 2012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결산심사와 9월 정기국회를 앞둔 상황에서 장외투쟁 중인 민주당이 국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명분’을 제공해줘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거리로 나가면서 여야 원내대표 간 대화와 공론의 장이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결국은 민주당이 원내로 돌아올 수 있게 (최 원내대표가) 출구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 건 좋지만, 그 목소리가 청와대로부터 나와서는 안 돼”
이처럼 야당과의 관계 설정이 나름 호평을 받는 것과는 반대로 청와대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혹평이 쏟아졌다. 특히 ‘증세 논란’을 일으킨 세제 개편안과 관련 새누리당이 좀 더 목소리를 냈어야 한다는 쓴소리가 제기됐다.
당초 새누리당은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 직후 증세 논란이 제기되자 ‘세액공제로 전환 자체는 바람직한 방향이란 점’을 내세우며, 나름대로 대응 논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곧바로 박근혜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이 같은 노력이 무색해졌다.
박 평론가는 “세제 개편안 논란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청와대로부터 완전히 무시를 당했다”면서 “단순히 소통의 문제가 아니라 집권여당으로서의 위상이 전혀 발휘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세제 개편안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뒷북을 치면서 청와대 눈치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며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좋은데, 그 목소리가 청와대로부터 나오는 것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당내 핵심 관계자도 “여당이 정국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는 측면에서는 여당이 노력하는 만큼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새정부가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고, 최 원내대표와 박 대통령의 관계를 봐서는 당이 아직까지 정국을 주도하는 모습에서는 조금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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