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먼저 던진 '5자회담' 유지하며 민주당 답 기다리는 상태
박근혜 대통령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 간 회담 문제가 진척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과 여야 대표·원내대표가 참여하는 5자회담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 양자회담으로 국가정보원 사태에 대한 담판을 짓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은 한결같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제안한 5자회담에 대해 민주당의 답을 기다리겠다는 것. 청와대 측은 이주 초부터 이어진 김 대표의 양자회담 요구에 대해 김 실장의 지난 7일 수석비서관회의 발언으로 갈음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김 실장은 지난 7일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여야 당대표로부터 대통령과의 회담 제의가 있어서 대통령이 회담을 하자고 했는데, 이번에도 민주당이 또 거절을 해서 유감스럽다”면서 “청와대는 문을 열어놓고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민주당의 양자회담 요청을 거부하고, 청와대 측의 5자회담 제안에 대한 민주당의 답변을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다만 박 대통령이 제안한 5자회담과 김 대표가 제안한 양자회담 모두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청와대 입장에선 김 대표가 아닌 의회와 협의가 절실한 상황이고, 민주당 입장에선 회담 참석인원이 늘어날 경우 ‘국정원 담판’이라는 목적이 증발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건 5자회담이다. 민주당 측은 참여인원이 늘 경우 의제가 분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대화 주제와 상관없이 자신들의 입장을 전할 수는 있다.
하지만 양자회담은 상황이 다르다. 박 대통령이 김 대표와 단독으로 만날 경우 국정원 이슈에 대한 주도권이 완전히 민주당 쪽으로 넘어갈 수 있다. 민주당의 요구사항을 박 대통령이 일부라도 수용한다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국정원 정국에서 야당의 손을 들어주는 꼴이 된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도 양자회담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의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민주당과 갈등을 빚는 상황에 박 대통령이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다면 주도권을 빼앗김은 물론 자신들이 그간 국정조사를 방해한 듯한 인상을 줄 소지가 있다.
박 대통령이 김 대표와 회담에서 민주당의 요구사항을 모두 거부해도 문제는 남는다. 정부와 여당이 합심해 국정원을 옹호하는 듯한 인상을 풍겨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 이 경우 오는 10월 재보선에서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청와대 측이 정치권과 회담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은 민주당의 목적과 상반된다. 민주당의 목적이 국정원 국정조사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표명과 사과라면 청와대의 목적은 투자활성화대책과 규제완화 등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에 대해 여야의 협조를 약속받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제안한 대통령-여야 대표 간 3자회담이 그나마 합리적인 대안으로 보일 수 있지만, 청와대 입장에선 정부 정책 집행을 위한 입법과 예산편성 등 원내현안으로 의제를 확대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큰 실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회담 의제를 원내 모든 현안으로 확대시키려는 청와대와 국정원 국정조사로 한정하려는 민주당 사이에 접점이 생기지 않을 경우 회담 자체가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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