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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타는 친이·눈치보는 친박·웃음참는 민주


입력 2013.07.19 15:33 수정 2013.07.19 16:03        김지영 기자

4대강 감사·구정원 국조 등 MB 정권 대한 전방위 압박 심화

전 정권과 관련해 연이어 터진 악재로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4대강 감사와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등 원내 현안들을 놓고 청와대와 야당이 전 정권에 칼을 겨누고 있기 때문. 특히 청와대는 최근 전 정부의 과오와 선을 그으면서도 비판 수위를 계속해서 높여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지난 17일에는 과거 ‘왕의 남자’로 통했던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폭발했다. 앞서 감사원이 전 정부 최대 역점사업인 4대강 사업을 "사실상 대운하"라며 비판하자 분을 이기지 못한 것. 권성동·조해진 의원 등 친이계 핵심인사들도 잇달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분통을 터뜨렸다.

4대강 감사결고, 국정원 국정조사 등 전 정권과 관련한 악재가 잇따르자 과거 친이들의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사진은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이 의원은 당시 새누리당 최고·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감사원은 정치적 감사, 주문 감사, 맞춤형 감사를 하면 안 된다”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은 여권 전반에 매우 부담을 준다. 감사원장 자진 사퇴는 정국 안정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에 대해서도 “청와대가 정쟁의 중심에 서면 되겠느냐”며 “싸움은 청와대가 벌이고 여당은 청와대 설거지나 하고 뒤따라 다니며 야당과 싸우고 이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전 정부 청와대 참모진을 비롯한 일부 친이계 인사들도 지난 18일 서울 모처에서 만나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위기상황이 과거 ‘모래알 결속력’이라 평가받던 친이계를 결집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느끼는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이 의원 등 일부 현직 의원들을 제외하곤 현 상황과 관련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전 정부에서 차관급 이상 공직을 맡았던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대부분 전화를 받지 않거나 인터뷰를 거절했다. 한 친이계 핵심관계자는 19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지금은 할 말이 없다. 좀 더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10일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 공약을 포기한 뒤에도 대운하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고, 같은 날 청와대는 “감사원 감사결과가 사실이라면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입힌 큰일이라고 본다.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도 일제히 감사결과를 빌미로 이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감사원의 책임을 촉구했다. 친이계 입장에선 그야말로 진퇴양난, 사명초가의 상황이다.

국정원·감사원 선긋기…속으로 웃는 친박

반면 청와대는 당초부터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전 정부와 선을 그어왔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결과가 발표됐을 때도 청와대 측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전 정권과 선긋기를 하고 있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현재의 상황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사진은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와 황우여 대표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당시 이 수석은 “그래서 국민들에게 잘못된 부분은 잘못된 대로 사실대로 알리고, 바로잡아야 할 것은 바로잡고, 고쳐야 할 것은 고쳐야 할 것”이라며 “관계부처에서도 이런 내용들을 정확하게 파악해 더 이상 피해가 안 가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감사 결과가 사실이라면’이라는 단서만 달았을 뿐, 4대강 사업이 잘못된 사업이라는 걸 전제하고 사업 재검토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전 정부의 역점사업을 비판한 것이기 때문에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

여기에 이번 감사 결과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된 ‘정권 눈치보기’의 산물이란 지적도 있다. 감사원이 정부에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감사 결과를 짜 맞췄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감사결과는 ‘사업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난 지난 2011년 감사결과와 180도 다르다.

또 정치권 일각에선 감사원이 감사결과 발표에 앞서 청와대에 내용을 보고했거나, 감사 과정에서 청와대 간 교감이 오갔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관점에선 이번 감사결과가 지난 2008년 총선 친박(친박근혜)계 공천 배제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청와대 측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도 일찍부터 거리를 둬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청와대 관계자를 통해 “야당이 그동안 국회 논의들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지 말라고 죽 얘기해오지 않았느냐. 나는 관여해오지 않았다”면서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해서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전혀 알지도 못한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대선 때 국정원이 (내게) 어떤 도움을 주지도, (나 또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면서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이전 정권에서 일어난 일로 못 박았다.

특히 박 대통령은 지난 8일 “나는 이번 기회에 국정원도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정원은 국가와 국민의 안전보장을 위한 업무를 하는 것을 설립 목적으로 한다”면서 국정원 스스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자체 개혁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사실상 국정원이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나 선거에 개입했다는 점을 전제한 발언이다. 다만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내 친박계 인사들은 청와대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면서도 가급적 자극적인 발언이나 입장 표명은 삼가는 분위기다.

"이명박·원세훈을 증인으로" 웃음 참는 민주

한편, 집권여당 집안싸움의 가장 큰 수혜자인 민주당은 현 상황을 즐기고 있는 듯 보인다.

전 정권의 실정을 물고 늘어지는 민주당은 표정 관리에 애쓰고 있는 편이다. 사진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왼쪽)와 전병헌 원내대표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4대강 감사결과 발표 다음날인 11일 현안 브리핑을 통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를 촉구했다. 새누리당의 3년 연속 4대강 예산안 날치기 통과도 거론하며 전 정부와 박 대통령을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감사결과가 민주당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전날에는 민주당 4대강 진상조사위원회가 성명을 통해 4대강 사업을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로 표현하면서 이명박 정부에서 국회에 출석해 4대강 사업에 대해 증언했던 한승수 전 총리와 국토부 장관, 환경부 장관, 수자원공사 사장에 대해 위증 혐의로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감사원의 4대강 감사결과 발표 이후에는 민주당이 올 초부터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협상 조건으로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4대강 국정조사 논의도 잠잠해졌다. 이를 두고 여권 일각에선 민주당이 감사결과에 대해 만족해하고 있다는 걸 반증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있었던 지난 8일 즉각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박 대통령 본인의 사과가 없었던 점과 이른바 국정원의 ‘셀프개혁’을 주문한 점에 대해선 아쉬움을 내비쳤지만, 비판의 강도는 이전과 비교해 확연히 약해졌다.

여기에 당 대변인을 포함한 일부 당직자들은 새누리당의 집안싸움을 부추기는 분위기다.

배 대변인은 지난 17일 브리핑을 통해 “4대강 감사 결과를 놓고 박 대통령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엇박자를 내는 것은 당내 계파 갈등 때문”이라며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당의 친박계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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