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사고발생 5시간뒤 나타나 SNS로 "인명사고"
서울시 '관리부실 책임론' 떠올라 "평소 매뉴얼대로 빠져나온 줄 알았다"
[기사추가 : 2013. 07. 16. 17:43]
“갑자기 강물이 유입될 줄 몰랐다. 당연히 빠져나온 줄 알았다.”
‘노량진 배수지 상수도관 수몰사고’와 관련해 서울시가 감독관리 소홀에 따른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6일 현장 브리핑을 진행한 서울시와 관련업체는 “평소 매뉴얼대로 당연히 빠져나온 줄 알았다”는 말만 거듭했다. 건설사와 시공사에 하청을 주고 최종 감독을 맡고 있는 서울시는 “우리 스스로는 물론이고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래 최대 인명 참사다.
특히 박 시장이 사고 발생 5시간 만에 현장에 나타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문승국 서울시 제2부시장은 사고발생 30분이 지난 15일 5시 30분 현장을 방문했다. 박 시장은 현장방문 후 자신의 카카오스토리에 “인명사고가 발생했다”며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한강 수위 상승 대처 전혀 하지 않아"
앞서 서울시는 사고 당일인 전날 오전 감리업체 건화에 폭우로 인해 수위가 상승할 수 있으니 안전점검을 실시하라고 지시했으나, 감리업체로부터 ‘비 피해가 없다’는 보고를 받은 뒤 이후 한강 수위 상승에 대한 대처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시공사인 천호건설 역시 하도급업체인 동아지질 소속 관리자에게 수위가 상승하는 것을 보고 작업중단을 지시했다고 주장했지만, 하도급업체 측은 연락을 받은 적 없다고 반박해 책임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사고 다음날인 이날 오전 사고 현장에서 브리핑을 진행했다. 물속에 매몰돼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실종자의 가족들은 기자들을 모아놓고 사건경위를 담담히 설명하는 관계자들을 향해 참았던 울분을 터트렸다.
서울특별시 상수도 사업본부가 시행하고 주식회사 건화의 감리, 천호건설, 신한건설, 중흥건설에서 시공하는 상수도관 이중화부설공사 현장에서 인부 7명이 물속에 매몰돼 실종된지 20시간만이다.
"사람이 밑에서 죽어가는데, 여기서 브리핑 하느냐" 가족들 오열
전날 밤부터 사건현장에서 기다린 가족들은 “왜 우리에게는 설명을 안 하냐”, “어제부터 설명을 해달라고 했는데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 “밑에서는 사람이 죽어가는데 기자들이 뭐라고 여기서 브리핑을 하냐”며 소리쳤고, 울분이 가시지 않은 한 유가족은 관계자를 향해 욕설을 하고 발길질을 하기도 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노량진 배수지 인근의 올림픽대로 상수도관 이중화 부설공사 작업장은 지하 25m 깊이에 있으며 입구에서 출구까지의 총길이가 1.5㎞다. 인부들은 지하 작업장 내부 레일을 철거하다 한강 수위가 상승해 수몰된 것으로 조사됐다.
공사현장이 지하 깊은 곳에 위치해 있어 한강 수위가 상승할 경우 공사를 중단하는 것이 공식 매뉴얼이지만 해당 지시는 전달되지 않았다.
현재 확인된 사망자는 동아지질 하도급사의 조호용씨고 동아지질 직원 임경섭, 일용근로자 박명춘, 이승철, 박웅길, 이명규, 김철득씨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장에는 그들의 가족들이 남아 20시간째 돌아오지 못한 그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 홍수 통계수위 연락 받은 것은 없다…제대로 된 소통 없어"
사건이 발생한 시각은 지난 15일 오후 5시쯤. 상수도관 설치 작업을 하던 인부 7명이 한강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자 갑자기 유입된 강물에 휩쓸렸다. 이날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지만, 시공사는 강원도 북부지역 등의 강수량은 살피지 않은 채 서울지역의 날씨가 괜찮다는 판단으로 공사를 강행한 것이다.
감독을 담당해야 할 서울시가 공사현장에서 한강 수위가 높아질 때까지 제대로 된 소통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공사인 천호건설의 박종휘 현장소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서울시 홍수 통계 수위에 대해 연락 받은 것은 없다”며 “현장 자체에서 실시간으로 통계를 내리고 있다.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서울시기상청 일기 예보량을 확인한 뒤 물 유입 도달 부분이 안전하다고 판단을 해서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이어 “지금은 그 판단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강원도 북부 지역으로 강수량 자체를 확인하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고 밝혔다.
또한 박 소장은 범람 위기 때 공사팀장을 시켜 작업을 임시중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어제 오후 4시 13분께 직원이 스마트폰 메신저로 범람 위기가 있다며 현장 사진을 보내왔다”며 “4분 후 공사팀장을 시켜 하도급업체인 동아지질 소속 관리자에게 작업 임시중단 지시를 내리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박 소장은 “저희 공사팀장과 동아지질 관리자가 통화한 사실은 확인했는데 동아지질 관리자에게서 현장에 있던 작업자들에게까지 지시가 내려갔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지난 5월 각 공사장에 팔당댐 수위의 변화가 있으면 공사현장에서 즉각 철수하라는 수방계획이 전달됐다”며 “당연히 매뉴얼대로 (근로자들이) 빠져나올 줄 알았다”고 밝혔다.
또한 박 소장은 “팔당댐을 방류하면 (물이 유입되는 데)현장까지 3~4시간이 걸린다”며 “오후 4시 13분에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받았는데 당시에는 (수위에)여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하도급 업체인 동아지질의 강기수 전무는 이날 현장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확인해본 결과 연락을 받은 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사고가 난 상수도관은 길이가 1km이상이고 바닥에 장애물도 많아 탈출하려면 최소 40분에서 최대 1시간이 소요되는데 수위를 예측해서 미리 알려줘야지 10~20분 전에 연락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8시부터 ‘ㄷ자’로 상부를 막은 다음 콘크리트로 차단해 수중 펌프로 배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후 상황을 지켜본 뒤 잠수부를 동원해 실종자 수색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는 박 시장이 현장에 5시간 만에 나타난 것과 관련, “박 시장이 예정된 만찬을 취소하고, 현장 대책을 논의한 뒤 현장으로 출발했으나 교통체증으로 도착이 늦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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