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원자력 안전 책임, 산업부가 총괄하라"
규제 권한은 원안위에 그대로, 산업부가 책임 및 관리감독 총괄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원자력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했다. 규제 권한은 국무총리실 직속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그대로 두되, 산업통산자원부에 유관부처 협업체계 구축하도록 지시한 것. 또 체계가 자리를 잡기 전까진 국무총리가 모든 과정을 총괄토록 지침을 내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원전 주무부처인 산업부에 원전 공기업에 대한 규제 권한이 거의 없다”면서 “원전 진흥과 규제를 분리하라는 IAEA(국제원자력기구) 규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를 보완할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박 대통령은 “원전의 기술적 안전성에 대해선 전문성을 갖춘 원안위가 감독을 강화해야 하고, 원전 정책 전반을 책임지는 산업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산업부에 원자력 안전 부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긴 것.
이를 통해 각 부처에 분산된 규제 기능을 하나로 묶어 업무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겠다는 조치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분산된 규제기능으로 인해) 원자력 부문에 많은 허점이 생기고, 그동안 그런 문제들이 쌓여온 것에 대해 이번에 (박 대통령이)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한 것이 오늘 얘기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한 감독은 감사원에, 평가는 기획재정부에, 규제는 원안위에 분산돼 업무의 교차점이 생기지 않는 부분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IAEA에서는 원전의 진흥과 규제를 분리해서 운영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 분리가 우리나라에선 여러 개의 부처에 (한 기능이) 분산되는 식으로 적용돼 (각 부처가) 서로 (책임을) 미루다 보니 그동안 많은 문제점들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서 산업부를 중심으로 원자력과 관련된 모든 부처 간 긴밀한 협업체계를 구축하도록 해서 유관부처들이 서로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협업이 제대로 돌아갈 때까지는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서 그 체계가 구축되도록 바로잡으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청와대는 각 개별부처의 고유기능은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여전히 감사원은 감사를 하고, 검찰은 수사를 하고, 한수원과 원안위는 그들대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규제는 여전히 IAEA의 규정대로 전문성을 가진 원안위가 독립적으로 이행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각 부처가) 서로 미루다가 만연된 문제들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해결하기 위해 책임소재를 산업부로 명확하게 하고, 관리감독 체계도 산업부로 해서 규제나 진흥 쪽의 역할이 달라도 정보교환을 통해 분명한 협업체계를 구축토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청와대 측은 이번 지침이 원전 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의 대책일 뿐, 규제와 진흥을 분리한 IAEA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조치는 아니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규제와 진흥을 분리한다는 그 규정의 노예가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진흥과 규제를 분리한다는 규정은) 규제를 위한 것이 아니다. 원전 사고나 국민 피해를 줄이는 것이 큰 목적이고 지향점이지, 분리하는 것 자체가 목표이자 지향점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런 지침에도 불구하고 원전 규제 부문은 전문성을 가진 원안위에 분명하게 분리될 것”이라며 “유관기관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협업체계를 구축해 사각지대를 없앤다는 것은 (원전 진흥과 규제 기능을 분리한 취지를) 훼손하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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