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현오석 부총리가 경질론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입력 2013.06.28 11:41 수정 2013.07.01 15:05        이의춘 편집국장 jungleelee@naver.com

<칼럼>순환출자 규제법 연기 그나마 다행…단호한 리더십 보여야

이의춘 편집국장
순환출자 규제와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법안처리가 연기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27일 신규 순환출자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개정안과 금융회사의 적격성 심사를 은행에서 보험 증권 등 2금융권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금융회자지배구조법 개정안 처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신규 순환출자만 규제하자고 강조한 반면, 민주당은 신규는 물론 기존 순환출자도 차단해야 한다며 극단적 강공일변도로 나와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대주주 적격성 강화부문에서도 신중을 기하자는 새누리당과 2금융권까지 확대하자는 민주당의 강행입장이 팽팽했다.

재계로선 최악의 고비는 일단 넘겼다. 하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여야가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이들 법안에 대해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규제 수위가 문제일 뿐이다. 더 큰 문제는 노대래 공정위원장이 순환출자 규제법안은 7~8월 임시국회를 열어서라도 시급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는 6월 임시국회에서 정무위 뿐만 아니라 환노위 등에서 경제민주화란 명목하에 기업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는 법안들을 뚝딱 처리했다.

정무위는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를 9%에서 노무현정부 시절인 4%로 낮추는 금산분리 강화법안과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를 대부분 부당내부거래로 몰아 매출액의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규제 조항을 신설하는 법안도 전체 상임위에 회부했다.

대기업집단의 경우 총수의 직접 지배는 물론 간접적으로 지분관계가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대주주는 이제 돈을 버는 것이 원천적으로 힘들어졌다. 자칫하면 계열사 내부거래가 오너의 사익편취를 도모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차하면 횡령 및 배임혐의로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기업인의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환노위도 그야말로 해방구다. 의원구성을 보면 여소야대인데다, 대부분이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에서 잔뼈가 굵은 투사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총수에 대한 적개심으로 뭉친 투쟁형 노동계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기업경영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악법을 쏟아내고 있다.

법안을 상정한지 10일만에 처리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유해물질을 배출한 업체에 대해 매출액 대비 최고 5%의 과징금을 부과토록 한 법안을 서둘러 처리했기 때문이다.

상장사의 매출액 순이익률이 3.6%에 그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액 대비 5%의 과징금을 물도록 한 것은 해당기업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악법도 이런 악법이 어디있는 지 묻고 싶다. 환노위의원들은 과연 경제를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건지 의구심이 간다.

국회는 앞으로도 을의 눈물을 닦아준다는 갑을관계법 개정안, 고정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문제,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산입문제, 근로시간 단축방안 등 기업에 심각한 비용증가와 소송남발을 가져올 경제민주화법안들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순환출자 문제는 9월 정기국회에서도 충분한 숙의와 토론을 거쳐 처리해야 한다. 신규 순환출자만 규제해도 기업들은 앞으로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이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이다. 글로벌 경기가 갈수록 위축되고, 내수경기도 너무나 썰렁하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430개 대기업들 가운데 77%가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보다 더욱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기업인들은 경기침체와 투자부진 요인으로 내부거래 규제 강화와 중기적합업종 확대, 유해물질배출 규제 강화, 기간제 근로자 사용제한, 60세로의 정년 연장, 정리해고 요건 강화등이 주요 악재로 꼽혔다.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방안도 유보해야 한다. 여신창출을 하지 않는 보험 증권 카드까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확대하면 대주주들의 경영권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는다.

친인척들이 사고치거나, 사법처리돼도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것은 황당한 금융연좌제라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는 삼성 한화 등 일부 보험 증권 카드사를 거느린 그룹오너들의 2금융권 경영권을 배제하려는 참여연대 등 좌파시민단체의 음모와 계략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 경제는 이미 저성장터널로 진입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위기극복 우등생에서 이젠 성장세가 축 처지고, 투자와 일자리 창출도 부진해지는 낙제점 국가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의 출구전략과 중국의 성장 하향, 일본의 아베노믹스 등 대외악재와 변수들이 한국경제를 뒤흔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데도 박근혜정부 경제팀은 리더십이 부족해 보인다. 현오석 경제팀은 27일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했지만, 신뢰가 거의 가지 않는다. 아직도 너무나 낙관적이라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지금은 심각한 위기를 돌파할 단호하고, 전격적이고, 예상을 뛰어넘는 경기부양카드와 경제활력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은 그야말로 면피용에 불과하다.

추경예산을 조기에 집행하고, 공공투자와 사회간접자본투자를 1조원 신규 투자하는 한편, 중소기업 설비투자와 수출 지원을 확대한다는 게 골자다. 이런 대책으로 올해 성장률을 당초 2.3%에서 2.7%로 올리겠다고 했다. 이정도의 카드로 꺼져가는 경기를 어떻게 되살리겠다는 것인지 걱정이다. 기업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경제민주화법안에 대해선 막연한 속도조절만 내세웠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올들어 세수는 벌써 8조원이나 덜 걷혔다. 이대로가면 연간 30조원가량 펑크가 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하고, 개인들도 지갑을 닫으면서 법인세, 소득세 등에서 세수차질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심리적인 요인도 크다. 경제민주화 광풍으로 대기업과 기업인을 범죄시하고, 단죄받아야 할 나쁜 사람, 나쁜 집단으로 덫칠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과잉입법으로 규제를 가하면 어느 기업이, 어떤 기업인이 신명나게 투자를 하겠는가? 그냥 관망하는 자세를 가질 수밖에 없다.

공격경영은커녕 수비경영하느라 부심할 수밖에 없다. 기업인들에게 각종 인센티브를 줘가면서 투자를 독려하고, 일자리 창출을 당부해도 시원찮을 판이다. 이와는 정반대로 기업들을 혼내주고, 과징금과 벌금을 대폭 확대해서 부담을 잔뜩 안겨주고 있다. 정치권은 경제상황은 아랑곳하지 않은채 반기업 악법들을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공정위 등 일부 부처도 경제민주화 도그마에 빠져 경제활성화에 역행하는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여야가 9월 정기국회에서도 경제민주화 놀음을 한다면 한국경제는 희망이 없어진다.

현오석 경제팀도 경제민주화에 대해 지금같은 어정쩡한 스탠스로 일관한다면 성장률 상향조정은 물건너 갈 것이다.

현 부총리는 단호한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 줏대를 잡아야 한다. 경제성장을 통해 경제부흥을 이룩하려면 기업이 투자에 나서도록 과잉규제에 대해 막아야 한다. 립서비스로만 기업을 달래선 안된다. 경제5단체장등을 만나서 투자 확대에 나서라고 하는데, 재계에 우박이 쏟아지고, 천둥번개가 치는 엄혹한 상황에서 어떻게 기업들이 투자확대에 나설 수 있겠는가?

경제팀은 규제왕국의 오명을 벗기위한 규제혁파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이명박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며 대못 빼는 작업을 하다가 오히려 대못을 더 단단히 박고, 온갖 잔못들도 수북히 박아놓고 말았다. 보수정권에 맞지 않는 동반성장과 상생, 정의의 옷을 입고 기업에 대한 규제를 남발하는 퇴행적 조치를 취했다.

박근혜정부도 손톱밑 가시를 뽑아주겠다고 했지만, 규제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경제민주화와 갑을 관계법 등을 명분으로 기업을 옥죄고, 때리는 경제악법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청와대나 현 부총리는 정치권의 탈선하는 입법행태에 대해 노라고 말하는 강단과 소신을 가져야 한다.

모든 경제주체들은 경제활성화에 매진해야 한다. 불공정경쟁과 경제력남용문제, 총수의 사익편편취 문제등은 현행 공정법, 회사법, 상법, 조세범처벌법 등을 통해서 얼마든지 규제할 수 있다.

현 부총리가 뜨뜻미지근한 리더십으로 일관한다면 어떻게 될까? 하반기에 들어서자마자 경제팀장의 역할을 맡기가 버겁다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경제팀장 교체론이 힘을 얻을 수 있다.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포퓰리즘에 맞서는 두둑한 배짱을 가진 경제팀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현부총리는 정부와 정치권의 역주행하는 경제정책과 과잉규제입법을 바로잡고 제어하는데 힘써야 한다. 그래야 경제주체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각국은 각종 규제를 풀어 경제회복과 투자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우리만 거꾸로 가서는 게도 구럭도 다 놓친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바탕으로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의 물꼬를 터야 한다.

손톱밑 가시를 다시금 점검해서 기업별로 맞춤형 규제 해제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초기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약속했던 손톱밑 가시들은 여전히 그대로 박혀있다. 경제팀은 당시 에쓰오일, SK에너지, GS칼텍스 등의 투자애로사항을 타개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함흥차사다.

경제팀의 의지부족도 문제지만, 정치권이 각종 특혜를 운운하며 수조원대의 투자를 못하게 발목잡고 있는 것도 커다란 문제다. 정치권이 경제활성화의 최대 장애물이 된 것이다.

경제팀은 한국경제가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의 길에 빠지지 않도록 승부를 걸어야 한다. 재정확대와 감세, 규제완화, 금리인하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서 한국경제가 비탈길에 들어서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정무위 등 정치권도 경제민주화 과잉입법에 허송세월하지 말아야 한다.

불공정 거래 해소와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경제력 남용행위에 대한 규제등을 제외하곤 기업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기업인들의 등을 두드리고 다독거리는 법안을 마련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 새로 규제를 만드는 입법은 지양하고, 기존 잘못된 규제를 없애는 데 힘써야 한다.

여야가 9월 정기국회에서마저 서투른 경제민주화 칼날을 마구 휘두른다면 한국경제엔 비극이다.

이의춘 기자 (jungleelee@naver.com)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이의춘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