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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로이드 실종’ 윤석민…잔류 시 적정 몸값은?


입력 2013.06.23 09:30 수정 2013.06.25 09:21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FA 1년 앞두고 1승, 부진 길어져

대형 계약 맺었던 '빅3' 참고해야

FA를 앞둔 KIA 에이스 윤석민(27)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윤석민은 20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한화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했지만 5이닝동안 6피안타 3실점하며 승패 없이 물러났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4일 넥센전 구원승을 제외하면 선발로 나선 경기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8경기에 나서는 동안 퀄리티 스타트도 고작 두 차례에 불과해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올 시즌 후 자유계약 자격을 얻는 윤석민이지만 이대로라면 메이저리그 도전은커녕 FA 대박도 요원한 상황이다. 본인 스스로도 최근 인터뷰를 통해 “메이저리그도 FA도 마음을 비웠다”며 답답함을 토로한 바 있다.

FA 자격을 앞둔 윤석민은 부진의 늪에서 빠져들었다. ⓒ KIA 타이거즈

국내 잔류 시 적정 몸값은?

윤석민이 국내에 남는다고 가정했을 때, 야구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과연 ‘얼마를 받을 수 있느냐’다. 시즌 전만 하더라도 윤석민은 심정수가 기록한 4년 60억 원은 가볍게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먼저 선례를 남긴 기존 대형 FA 투수들이 어느 정도 규모로 계약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또한 올 시즌 FA 시장의 상황과 구단들의 지갑 사정, 윤석민의 상태 등도 고려 대상이다.

사실 국내 프로야구에서 FA 투수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진지 오래다. 그동안 리그를 주름잡았던 내로라하는 투수들은 FA 시장서 거액의 돈을 받았지만 대부분이 먹튀로 전락했다. 이유는 FA 자격 취득 기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FA 투수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한계에 다다른 소모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대 초중반 ‘빅3’로 불리던 손민한, 박명환, 배영수가 대표적이다.

데뷔 후 11년간 88승 74패 평균자책점 3.57을 기록한 박명환이 FA 시장에 나왔을 때 30세(계약 당시 29세)라는 젊은 나이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따라서 LG와 계약한 4년간 40억 원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는 투수 최고액이기도 하다. LG에서의 첫 시즌은 10승 6패 평균자책점 3.19로 제몫을 다했다. 하지만 나머지 3년은 부상으로 인해 참담한 성적을 남겼다.

손민한도 마찬가지다.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팀에서 배출한 첫 번째 MVP였던 그는 롯데 암흑기 시절, 한 줄기 등불과도 같았다. 계약 당시 적지 않은 나이가 걸림돌이었지만 FA 직전 시즌 12승이나 올린 점을 감안해 롯데는 그를 붙들었다. 그러나 손민한이 3년간 롯데에 안겨준 승수는 고작 6승이었다.

배영수는 다소 특별한 케이스다. 2000년 삼성에 입단한 배영수는 2006년까지 7년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MVP 시즌도 있었고, 무엇보다 부상을 무릅쓰고 팀을 위해 공을 던진 그의 헌신이 돋보였다.

결국 탈이 난 배영수는 FA를 맞기까지 4년간 부상과 싸워야 했다. 2009년에는 1승 12패 평균자책점 7.26으로 지옥을 맛보기도 했다. 결국 배영수는 삼성과 2년간 17억원에 계약, 빅3 가운데 유일하게 대박을 터뜨리지 못했다.

역대 투수 FA 대형계약. ⓒ 데일리안 스포츠

공교롭게도 윤석민은 이들 ‘빅3’와 흡사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통산 71승을 기록 중인 윤석민은 승수에서 조금 밀리지만 이는 데뷔 초 마무리로 뛰었기 때문이다. 반면, 윤석민의 평균자책점 3.15로 3점대 중후반인 이들에 비해 좋은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윤석민은 ‘빅3’에 비해 나이가 훨씬 젊다는 점이 무기다. 데뷔 후 특별한 부상 없이 줄곧 1군 등록일수를 꼬박 채웠고, FA 규정 완화로 1년 앞서 자격을 얻게 됐다. 올 시즌이 9년 차 시즌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통산 성적은 ‘빅3’보다 훨씬 앞선다.

FA 시장이 과열된 점도 윤석민에게 호재다. 지난해 KIA는 4년간 50억원이라는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을 김주찬에게 안겼다. 눈이 높아진 특급 선수들은 김주찬 이상 받으려 할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MVP 타이틀까지 지닌 윤석민은 대어 중의 대어다.

반면, 약점도 있다. 꾸준하지 못하다는 점은 윤석민이 지닌 치명적 단점이다. 지난해까지 8년간 잔부상으로 인해 규정이닝을 넘긴 횟수가 절반에 불과하며, 무엇보다 여러 차례 멘탈 면에서 나약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올 시즌 후 대형 FA가 동시에 쏟아진다는 점도 불리할 수 있다. 공급이 많을 경우 시장가격은 자연스레 하락하기 마련이다. 윤석민은 어느 팀이나 탐낼 자원이지만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SK 정근우, 롯데 강민호, 삼성 장원삼, KIA 이용규 등 특급 자원들이 대거 나오기 때문에 주목도 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투수 최대어인 장원삼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졸인 장원삼은 윤석민보다 3살이 많지만 한 해 늦게 데뷔했음에도 통산 승수에서 앞서고 있다. 또한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하고 무엇보다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은 윤석민이 갖지 못한 장점이기도 하다.

윤석민이 대박을 터뜨리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올 시즌 성적이다. 박명환과 손민한은 FA 직전까지 꾸준한 성적을 내 거액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반면, 부상으로 성적을 내지 못한 배영수는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부분이다.

물론 윤석민은 지금까지의 성적과 기량, 그리고 인지도만으로도 역대 최고액을 경신할 가능성이 무척 크다. 하지만 메이저리그까지 바라보고 있는 그에게 올 시즌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좀 더 정신력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는 윤석민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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