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끊지 못한 베이루트 악몽
미국 월드컵 예선 이후 원정 승리 없어
3차 예선 때는 조광래 감독 경질 불러
레바논이 전력이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조심했어야만 했다.
역대 전적에서 레바논을 상대로 원정에서 1승 1무 1패를 기록하고 있었다면 아무리 지리멸렬했다고 해도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했어야 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5일(이하 한국시간) 베이루트에서 벌어진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 원정경기에서 전반 12분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가는 등 졸전을 펼쳤다. 후반 추가시간에서야 김치우의 프리킥 동점골로 1-1로 비겨 가까스로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찜찜한 뒷맛을 남겼다.
한국은 이번 경기까지 레바논과 10차례 경기를 치러 7승2무1패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2무1패가 모두 원정에서 기록이다. 이전에 한차례 승리도 있었지만 전력 차이를 감안한다면 레바논 원정은 늘 어려웠다.
베이루트에서 첫 만남은 미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1라운드였다. 레바논을 비롯해 바레인, 홍콩, 인도와 함께 D조에 속한 가운데 모든 경기가 베이루트에서 치러졌다.
당시 한국은 바레인과 첫 경기에서 0-0으로 비기면서 불안하게 출발한데 이어 2차전인 레바논과 경기에서도 고전했다. 전반 17분 하석주 선제 결승골로 1-0으로 이겼지만 역시 어려운 경기였다. 당시는 1993년 5월 11일이었다.
이후 베이루트에서 두 차례 더 경기를 가졌지만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2라운드에서 레바논, 베트남, 몰디브 등과 함께 7조에 속했던 대표팀은 몰디브 원정에서 득점 없이 비기는 등 어려운 일정 속에 레바논 원정길을 떠났다.
이미 홈에서 차두리와 조병국 연속골로 2-0으로 이겨봤던 터라 큰 어려움이 없을 줄 알았다. 게다가 전반 8분 만에 최진철이 골을 터뜨리면서 쉽사리 승리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전반 28분 알리 나세르딘에세 동점골을 내줬고 끝내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레바논 원정에서 최종예선을 확정지으려고 했던 대표팀은 이날 무승부로 몰디브와 최종전에서 2-0으로 이겨 최종예선에 나갔다. 레바논과 베트남과 0-0으로 비겼기에 망정이지, 만약 레바논이 베트남을 꺾고 우리가 몰디브를 이기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다면 최종예선도 나가지 못할 뻔 했다.
이 사례와 비슷한 경우가 바로 지난 2011년 벌어졌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이다. 레바논에 1-2로 져 유일하게 패배를 기록했던 그 경기다. 베이루트 시민들의 레이저 광선 공격과 나쁜 잔디 사정도 대표팀의 경기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고는 하지만 경기 내용 자체는 졸전이었다. 결국 조광래 감독의 경질을 불러왔다.
이렇듯 레바논 원정은 의외로 한국 축구의 월드컵 도전에 늘 예상치 못한 걸림돌이 됐다. 이번 경기 역시 비록 비기긴 했지만 또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앞선 두 번의 예에서 보듯 그 다음 경기를 잘 치러 넘어지진 않았다. 그렇기에 오는 11일 벌어지는 우즈베키스탄과 홈경기가 더욱 중요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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