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민정수석실 경찰 보고 수차례 묵살했다는 의혹제기
지난 21일 자진사퇴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연루 의혹과 관련,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실이 경찰의 보고를 수 차례 묵살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23일자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이달 김 전 차관의 내정을 전후로 민정수석실에 해당 의혹을 세 차례 이상 보고했지만, 민정수석실에서 이를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또 지난 22일 관계자들에 따르면 민정수석실은 이달 초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에 대해 경찰에 확인을 요청했으며, 당시 경찰 고위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에 “동영상은 확보하고 있지 않지만 성접대의 실체가 있다”는 취지로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당시 경찰은 내사에 들어간 것은 아니었지만 여러 피해 여성들의 증언을 확보한 상태였고, 이후에는 김 전 차관이 내정된 13일을 전후로 한 차례씩 민정수석실에 같은 취지의 보고를 했다.
특히 ‘동영상 확보 여부’를 재차 묻는 민정수석실에 경찰은 “동영상은 없지만 이미 여러 사람이 김 전 차관을 지목해 호화 별장을 드나들었고 성접대를 받았다는 증언이 있다”며 김 전 차관의 연루에 무게를 두고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민정수석실에선 사건이 언론에 불거지기 전까지 경찰의 첩보 등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전 차관 임명 전까지 이런 스캔들이 있다는 사실을 박 대통령이 전혀 몰랐다”며 “경찰의 보고 내용에 점점 구체화된 진술이 포함됐음에도 사태의 심각성을 보고하지 않은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곽상도 민정수석은 사건이 불거진 지난 17일 “경찰은 그런 것(성접대 의혹)이 없다고 하고, 김 전 차관은 사실 무근이라고 했다”며 “근거가 있다면 스크린을 해보겠지만 그야말로 소문인데 어떻게 전부 검증하느냐”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곽 민정수석이 박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청와대에서는 ‘말씀드릴 수 없는 사유가 있다’고만 하더라”며 “김 전 차관을 지원하는 세력이 워낙 강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증언했다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한편, 김 전 차관은 ‘고위층 성접대’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고 사흘 뒤인 21일 접대 연루 리스트에 자신의 실명이 거론되자 같은 날 사의를 표명했다,
김 전 차관은 사퇴 순간까지 성접대 연루 의혹을 부인했지만, 관계자의 증언 잇달아 확보되면서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더욱이 화소 문제로 정확한 인상착의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접대 당시 건설업자 윤모씨(51)가 촬영한 휴대전화 동영상까지 확보된 상황이다.
이번 성접대 파문에는 김 전 차관 외에도 전·현직 국회의원과 병원장, 검찰과 경찰, 국정원 고위관계자 등 사정기관 최고위층 인사들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까지 확보한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의 신원을 조사하는 한편, 성접대 동영상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윤씨 조카의 노트북을 복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