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아토3 플러스 시승기
평범한 외관과 당황스런 내부
"생각보다 괜찮네?"… 적당한 기본기
잘 만든 일상용 전기차… 극강의 '가성비'
올해 1분기를 가장 떠들썩하게 한 자동차를 꼽으라면 단연 고민할 것도 없이 중국 태생의 전기차, BYD '아토3'겠다. 첫 모델로 야심차게 발을 내딛었지만 보조금 문제를 겪으면서 타 본 사람은 없고 소문만 무성했던 상황.
3달 간의 혼란을 딛고 본격적인 출고가 이뤄지기 시작한 지금, 아토3를 수령한 고객들은 어떤 입소문을 낼까. 과연 1000여대의 사전계약을 넘어 '잘 만든 소형 전기차'로 오랫동안 자리잡을 수 있을까.
BYD 아토3을 직접 시승해 봤다. 막히는 서울 도심부터 고속 주행까지 약 200km를 달려봤다. 시승 모델은 비야디 아토3 플러스 트림으로, 3330만원이다. 전기차 보조금 적용시 일부 지자체에서는 2000만원 후반대에 구매할 수 있다.
온갖 신차를 접하며 매번 새롭고 짜릿한 마음으로 시승에 나서지만, 이렇게 마중을 나가고 싶었던 건 또 처음이다. 출시는 했는데 출고가 안돼 길에서 마주칠 수는 없는, 유니콘 같은 존재. 매일 달력을 보며 여행 갈 날짜를 기다리는 직장인의 마음으로 아토3의 시승일을 목빠지게 기다렸다.
디데이를 맞아 부리나케 달려가 마주한 첫 인상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평범함' 그 자체였다. 파란색 번호판이 아니라면 단번에 찾기 어려울 정도로, 주차장에 세워진 수많은 내연기관차들과 이질감 없이 섞여있었다. 역시 여행도 비행기표를 끊을 때가 가장 설렌다고 했던가.
'중국 BYD의 첫 번째 모델'이라는 수식어를 빼고 봐도 어느곳 하나 포인트랄 것 없이 심심한 편이다. '전기차 다운 맛'을 내기 위해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미래지향적인 얼굴을 그려내는 요즘 자동차 시장에서, 이렇게 내연기관차처럼 생긴 전기차라니.
그릴이 없어진 전면 중앙에 작게 엠블럼을 배치하는 대신 양쪽 헤드램프 크기를 키웠는데, 안쪽 그래픽은 크기에 맞지 않게 곡선으로 얇게 처리됐다. 헤드램프의 그래픽처럼 전반적으로 둥글둥글하게 곡선을 살렸는데, 덕분에 부드럽고 점잖은 인상을 갖게 됐다. 소형 SUV 라는 작은 체구를 갖고도 이상하게 중후한 인상을 뿜어내는, 애늙은이를 보는 듯한 기분이다.
옆으로 돌아서면 전형적인 SUV의 형상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구식의 냄새가 난다. 스포티한 맛 없이 심심하게 뻗은 캐릭터 라인 때문일까. 최신의 냄새는 영 나지않지만, 튀지 않고 평범한게 미덕이라고 보는 이들의 눈에는 아주 적당하게 느껴질 법도 하다.
후면으로 눈을 돌리면 작은 몸집임에도 10년전 아빠차를 보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양쪽 리어램프를 하나로 이어서 처리했는데, 넓은 등판에 얇게 탑재된 빨간 램프가 꼭 수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 헤드램프와 딱히 큰 통일성도 없다. 분명 새차를 샀는데, 몇년 탄 것 같은 기분이 절로 든다. 젊은 느낌이라도 내려면 최대한 튀는 색깔을 구매하기를 권한다.
큰 상실감에 입을 삐죽이던 찰나, 문을 열어젖혔더니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분명 외모는 아빠차였는데, 어디부터 봐야할 지 모를정도로 재밌는 것들 투성이다. 실망스러울 정도로 심심한 얼굴은 반전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빌드업이었을까.
아토3의 내부는 한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가 보더라도 '태어나서 처음본다'고 할 게 분명하다. 내부에 적용된 알 수 없는 재질의 소재 부터, 상상도 못 해본 형태의 송풍구, 생각을 잠시 멎게 만드는 도어 손잡이까지. 얼굴은 점잖게 생겨서는, 속은 장난스러움으로 가득 차있다.
인상적인 건, 실험이라도 하듯 장난스런 시도들이 꽤 흥미롭게 느껴진다는 점에서다. 대시보드부터 도어트림까지 내부를 대부분 감싸고 있는 매끈한 소재는, 가죽이나 플라스틱도 아닌 것이, 마치 스펀지 같은 느낌을 낸다. 그러면서도 군데군데를 파내서 부드러운 곡선 형상을 포인트로 넣어줬는데, 고급스럽진 않더라도, 바닷속을 형상화한 것 처럼 오묘하고 새롭다.
송풍구 형상은 충격적일 정도다. 톱니바퀴 같기도, 공기청정기 필터 같기도 한데, 가전제품의 부속품을 실수로 꺼내놓은 듯한 기분이다. 송풍구를 최대한 숨겨 깔끔하게 마감하려는 요즘 트렌드를 대차게 무시하고, 얼굴에 '나는 송풍구'를 써붙인 셈이다. 커다란 디스플레이에 온갖 기능을 다 때려넣으면서 자칫 심심해질뻔한 내부에 색다른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다.
문 손잡이는 또 어떤가. 잠시 사진을 찍기 위해 차에서 내리려는데, 도저히 도어 손잡이가 보이지 않는다. 스피커라고 철썩같이 믿었던 요상하게 생긴 놈이 범인이었다. 스피커처럼 생긴 원형 구조물 위에 손을 올리고 손가락으로 잡아당기면 문이 열리는, 아주 실험적인 방식이다. 아토3 오너가 되려면 앞으로 최소 6개월은 동승객들에게 차에서 내리는 법을 설명해줘야하니 단단히 각오하는 게 좋겠다.
내부 공간은 꽤 널찍하게 확보했지만, 수납공간은 다소 아쉽다. 보통 몸집이 작은 전기차의 경우 센터 콘솔 아래를 비워 수납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편인데, 아토3는 이 부분을 모두 막아놨다. 전면 중앙 송풍구 바로 아래에 작게 공간이 마련되긴 했지만 수납을 하기에는 살짝 부족하고, 이외엔 콘솔박스와 컵홀더가 사실상 전부다.
사실 가장 중요한건 뭐니뭐니 해도 '저렴한 중국 전기차'가 얼마나 해낼 수 있을 지였다. 무릇 한국에서 수입 대중 브랜드가 차를 팔려면 예쁘면서 공간도 넓고, 조용하고 승차감이 훌륭하면서 가격까지 저렴해야한다. 보조금 적용시 2000만원 후반대라는 가격이 반가우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선 의구심이 솟아올랐던 건 시장이 한국이기 때문이다.
실망스런 얼굴을 얄궂은 인테리어로 보상해줬던 아토3는 달릴 때 마저도 그랬다. 당황스러웠다가, 기대 이상이었다가, 또 당황스러워지는 레퍼토리가 수없이 반복된다. 예측이 자꾸만 빗나간다.
처음 찾아온 건 당황스러움부터였다. 전면 주차로 세워진 차를 후진으로 빼내야했는데, 경험상 후진 기어를 넣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뗐을 때의 '예측 가능한 속도'가 아니었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뗐음에도 불구하고 속도가 붙지 않아 가속페달을 조금씩 밟아가며 움직이던 보통의 자동차와 달리, 아토3에서는 반대로 원하는 만큼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가며 속도를 조절해야한다. 송풍구와 문 손잡이에서부터 이 차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아챘어야했다.
그렇다고해서 기본기가 서투른 것은 또 아니다. 대중 브랜드의 경쟁 전기차 모델과 비교해도 아토3의 가속감은 꽤 뛰어난 편이다. 밟으면 밟는 대로 즉각 속도를 올려내고,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답답함 없이 힘 있게 달려낸다. 고속에서 차가 많이 흔들린다거나, 스티어링휠이 불안정하다거나 하는 걱정은 오히려 넣어둬도 될 수준이다.
방지턱이나 상태가 썩 좋지 않은 노면을 달릴 때도 흔들림은 있지만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충격은 곧잘 걸러준다. 소음은 고속 주행시엔 꽤 큰 편이지만, 도심 구간에선 조용한 편이다. '아주 훌륭하다'고 말할 만한 점은 없어도, 크게 떨어지는 점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출근용이나, 장을 보는 등 일상용으로 쓸 전기차를 찾는 이들에게는 충분히 적합한 선택지다.
또 한번의 놀라움은 중앙 디스플레이에서였다. 테슬라나 폴스타처럼 널찍한 대화면에 온갖 기능을 모두 넣어놨는데, 응답성이 빠르고 구성도 꽤 직관적이어서 필요한 기능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가격이 3000만원대라는 걸 떠올리면 경쟁 모델이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스티어링휠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가로로 배치된 디스플레이를 세로로 돌릴 수도 있다. 화면 전환이 이뤄지는 속도도 매우 빠르다. 다만 기존 인포테인먼트는 세로 모드 전환이 되지만,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트 오토를 이용 중일 때는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다.
대단한 쓸모가 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동안 어떤 자동차에서도 구경해 본 적 없던 기술이니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사용하기에 좋을 듯 하다. 아토3를 얕보던 친구를 태울 때는 이 기능만 한 게 없으니 잔소리가 시작될 때마다 화면을 한 번씩 돌려주기를 추천한다.
겉은 길거리에서 흔하게 마주칠 수 있는 여느 소형 SUV처럼 생겼지만, 속에는 처음 보는 디자인의 인테리어와, 꽤 괜찮은 달리기 실력까지. 내성적인 줄 알고 말을 걸어볼 시도조차 안했는데, 우연한 계기로 친해졌더니 시도 때도 없이 장난을 걸며 속없는 소리를 해대는 푼수였다.
시승을 마치고 나니, 한 번 쓰고 못 쓰는 싸구려를 뜻하던 '메이드 인 차이나'의 의미가 이미 바뀌었음을 직감했다. 아토3는 중국 업체를 모기업으로 두고도, 중국에서 생산하고도 중국 꼬리표를 지우기 급급했던 수입차 시장에 어쩌면 작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말로만 듣던 '전기차 공룡' BYD의 급속 성장은 우연이 아니라 실력이었다.
▲타깃
-"가성비가 최고!" 적당히 쓸 일상용 전기차 찾는다면
▲주의할 점
-어딘가 아쉽다면 끊임없이 가격을 생각하라
-주변의 관심에 당분간 시달릴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