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이라면 누구나 거치는 하나원
네일아트·바리스타 등 맞춤교육 '눈길'
여성암·임산부 산전후 진찰·심리치료도
탈북민 정착지원, 10억 기부한 양한종씨
낯선 취재진의 모습에 눈으로만 힐끔 바라보는 여성 탈북민들.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를 찾은 통일부 기자단이 먼저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자 배시시 웃으며 손을 흔들고 인사했다.
2일 통일부 기자단과 방문한 이곳은 빨간 벽돌로 지어진 본관과 직업교육관, 하나둘학교, 숙소 등 다양한 공간에 여러 동의 건물이 모여있었다.
국가 보안시설인 하나원은 관계자 외에 출입이 통제된다. 취재진들도 엄격한 보안이 요구되는 만큼 휴대전화 앞뒤 카메라와 노트북 상단 카메라에 보안 스티커를 붙인 뒤 이곳에 들어섰다.
멀리서 본 하나원은 외관상 대학캠퍼스의 강의동이나 수련원, 연수원 등과 같은 모습이었다.
경기 안성에 위치한 하나원은 1999년 7월 개원했다. 전체 탈북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 탈북민과 청소년, 유아들이 대한민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곳이다.
강원 화천에 제2하나원이 개원한 이후로는 여성과 청소년 탈북민 생활과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입국 북한이탈주민 인원을 포함한 누적 입국 인원은 남성 9568명, 여성 2만4746명 등 총 3만4314명이다. 여성 비율이 72%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출신지역은 함경도와 양강도 등 북중 접경지역이 많았다. 이들은 대부분 제3국에서 오랜 기간 체류하다 들어온 경우가 많다고 통일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하나원의 프로그램은 크게 4단계로 12주(3개월) 동안 진행한다. 시간으로 따지면 총 400시간에 달한다.
먼저 탈북민들이 재외 공간에 보호 신청을 해오면 공관에선 이들을 보호하면서 국내 입국을 위한 준비를 한다.
입국 후에는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조사와 보호 단계를 거치고, 끝나면 바로 하나원으로 와 12주간의 사회 적응 교육을 받는다.
교육이 끝난 탈북민들은 임시 신분증을 발급받은 뒤 각자의 거주지로 편입이 돼서 5년간의 거주지 보호를 받게 된다.
정부가 지원하는 정착지원금은 올해 500만원이 증액돼 1인 세대 기준 1500만원이다. 최대 5000만원 저축가능한 미래행복통장으로 불리는 매칭펀드 방식의 저축 프로그램도 지원된다.
프로그램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진로 지도 및 직업 탐색이다. 우리 사회 이해 증진, 진로 지도, 정서 안정, 초기 정착 지원 등 총 5개의 분야가 있다고 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직업 훈련이 가장 중요해 162시간,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며 "2개 직종을 선정해 실습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방문한 직업교육관은 지난 2020년 개관해 만 5년을 맞았다.
탈북민들이 사회에 스며들 수 있게 돕는 이곳은 네일아트·헤어·메이크업·피부미용, 간호·노인요보호사, 관광·호텔 분야, 요리·제빵, 전자 기초, 기계 조립, 봉제·수선·세탁 등 전 분야의 다양한 진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었다.
현재까지 666명의 진로 교육을 진행한 이곳에서 직업 자격을 취득한 탈북민은 92%(460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커피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던 바리스타 교육실에는 실습을 준비하는 교육생들이 눈에 띄었다.
하나원에서 교육 중인 젊은 층의 여성들은 바리스타와 미용 관련 직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옆에는 컴퓨터 교육실과 요양보호사 교육, 재봉틀 실습실, 피부 미용 실습실 등이 마련돼 있었다.
최신 전자기기 등이 설치된 정보통신(IT) 체험관도 있었다. 탈북민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진행한다.
하나원 관계자는 "하나원 교육 수료 전까지 최소한 보고서나 이력서 등 최소한의 문서 작성 능력을 키우게 된다"며 "예를 들어 워드프로세서 2급 정도의 실력을 갖춰 사회에 나간다"고 밝혔다.
지하에는 도배기능사를 준비하는 교육생 중년층 여성 4명이 강사의 지도 아래 밝은 모습으로 진로교육을 받고 있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근에는 골프 캐디에 관심을 보이는 탈북민 교육생도 있었다"며 "앞으로도 탈북민의 다양한 경제활동 참여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원은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 탈북민을 위한 심리상담사나 북한에서 생활할 때나 제3국 시절에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해 건강상태가 악화된 이들을 위한 보건·의료 등 치료를 지원한다.
하나의원에는 한방·치과·소아청소년과·내과·산부인과(여성건강센터) 등 5개의 진료과가 있으며 간호사 3명과 치위생사 2명, 약사 1명이 상주하면서 근무하고 있다.
탈북민들은 한의학을 친숙하고 익숙하게 느껴 침과 뜸, 부황, 한약 제재 제공을 통해 이들의 체력 강화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 하나원 교육생의 대부분의 치과 필요가 필요한 상태라 충치 치료와 치석 제거, 구강 건강 교육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산부인과를 두 배로 확장한 여성건강센터는 여성 암 검진, 임산부 산전 산후 진찰 등은 물론 심리치료 등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편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이날 하나원에서 열린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을 위해 10억원을 기부한 양한종 씨에 대한 감사 행사에 참석했다.
김 장관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북한이탈주민에 원만히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이들에 대한 아름다운 기부 문화가 활성화되도록 힘써나가겠다"고 감사를 표했다.
양 씨는 "적은 돈이지만 북에서 내려온 이웃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정착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부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에 교육생들은 "큰 감동을 받았다"며 "한국 사회에 정착을 잘해서 기부자님과 같이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