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확장 한계 부딪히자
개인사업자·중기대출 노린다
남은 고개는 비대면과 건전성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기업대출로 발을 넓히고 있다. 가계대출을 마음껏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특히 인뱅은 아직 중소기업 금융에 진출하지 못한 터라 틈새시장을 노릴 속도전이 시작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케이뱅크는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장님 부동산 담보대출' 후순위 대환상품을 공개했다.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 담보 대환대출 상품은 은행권 최초다.
대출이동제가 시행된 이후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타 혜택을 본 개인 차주들은 많았지만, 개인사업자를 비롯한 기업대출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개인사업자는 일반 차주보다 리스크가 높다고 평가돼 담보대출 조차도 높은 금리를 적용 받는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8월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부동산 담보로 사업자금을 빌릴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 이후 9월에는 같은 담보물에 다른 금융기관의 대출이 있거나 임대차계약이 있더라도 추가로 대출 받을 수 있도록 후순위 대출로 확장했다.
이번에 공개한 상품은 대출 갈아타기도 가능하다. 그동안 개인사업자들은 대출 상품 선택에 한계가 있었는데, 이로 인해 개인사업자 여신 상품이 확장됐다는 평이 나온다. 담보물 시세의 최대 85% 한도로 최대 10억원·최장 10년까지 사업 운영 자금을 제공한다.
이번 상품 출시로 케이뱅크는 개인사업자 여신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는 분석이다. 케이뱅크는 신용대출, 보증서대출, 담보대출 등 세 가지 라인업을 마련하며 '사장님에게 꼭 필요한 대출이 모두 준비된 인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민찬 케이뱅크 기업금융 그룹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여신 상품 라인업을 더욱 다변화해 개인사업자와 기업 금융·비즈니스 플랫폼으로 거듭날 계획"이라며 "올해 기업대출 공급액은 2조 이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인뱅이 취급하지 않았던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확장도 예고했다. 케이뱅크는 오는 2027년 3분기까지 중소기업 대상 100% 비대면 법인 대출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로운 활로 찾는 인터넷전문은행…과제는 '비대면·건전성'
이처럼 인뱅이 기업금융 확장에 속도를 붙이는 것은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만을 위주로 수익 성장을 이루는 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가계대출은 시중은행이 이미 선점하고 있고, 금융 당국의 총량 관리가 재개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새로운 활로가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은 총 500조원 이상 규모로 점쳐지고 있고, 중소기업 역시 100만개 법인을 바탕으로 500조원 이상의 규모로 예상된다. 새로운 동력을 찾는 인뱅 입장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관건은 인뱅의 비대면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아직까지 대다수의 기업대출은 시중은행의 창구에서 대면으로 시행되고 있다.
증빙서류 제출과 수수료 결제 등도 대면으로 진행되다보니, 비대면 위주의 인뱅 입장에선 시장 자체를 비대면으로 끌고 와야하는 과제를 안고있는 셈이다.
기업금융의 건전성 문제도 과제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높기 때문에 대출을 내주는 은행 입장에선 리스크가 크다. 같은 담보대출이더라도 개인 차주 대상보다 개인사업자 대상 대출 금리가 더 높은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김 그룹장은 이에 대해 "사장님 부동산 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연체는 없는 상황"이라며 "통계적으로 봐도 개인 차주보다 연체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개인사업자 대출의 통계상 평균 연체율인 0.3%를 넘어가면 우려가 되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금융 중에서도 특히 개인사업자 시장은 인뱅 입장에선 충분히 노려볼 만한 틈새시장"이라면서도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 비대면 절차의 한계 등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