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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는 왜 알테오젠에 2조원을 베팅했을까


입력 2025.03.18 14:14 수정 2025.03.18 14:29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AZ 자회사와 라이선스 계약 체결

제형 변경 통해 특허 만료 방어 가능해

할로자임과의 특허 침해 논란 해소

알테오젠이 아스트라제네카와 2조원 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공시했다. ⓒ알테오젠

알테오젠이 글로벌 빅파마인 아스트라제네카(AZ)와 2조원 규모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알테오젠은 글로벌 빅파마와의 총 계약 규모를 9조원으로 늘리는 것은 물론, '특허 분쟁 리스크' 또한 원만히 해결될 가능성을 높였다.


지난 17일 알테오젠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자회사인 메드이뮨 미국·영국 법인과 피하주사(SC) 제형 변경 플랫폼 ‘ALT-B4’의 독점적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는 ALT-B4를 사용해 총 3개의 의약품을 개발·상업화할 수 있는 독점적 글로벌 권리를 확보했다.


이번 계약에는 계약금을 포함한 개발 및 규제, 판매 관련 마일스톤이 포함돼 있다. 추가로 알테오젠의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 판매되면 정해진 비율의 로열티도 수령하게 된다.


알려진 법인별 계약금 규모는 미국 2000만 달러(약 290억원), 영국 2500만 달러(약 367억원)로 즉시 수령 가능한 금액만 약 660억원에 달한다. 임상 및 품목 허가 등에 따른 마일스톤은 미국 5억8000만 달러(약 8437억원), 영국 7억25000만 달러(약 1조537억원)다.


알테오젠과 아스트라제네카의 협의로 SC 제형 개발 품명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으나, 업계에서는 ‘임핀지’와 ‘임주도’로 추정하고 있다. 임핀지와 임주도는 간암, 폐암 등의 치료에 사용하는 면역항암제로 연매출 10억 달러(약 1조4400억원) 이상을 기록하는 블록버스터다.


알테오젠이 개발한 ALT-B4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로 정맥주사(IV) 제형을 SC 제형으로 바꿀 수 있다. 환자가 직접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도 3~5분 짧은 시간 내 스스로 주사할 수 있어 편의성이 높다. 현재 전 세계에서 SC 제형 전환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한국의 알테오젠과 미국의 할로자임 뿐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SC 제형 전환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는 이유는 특허 만료 방어에 있다. 새로운 제형에 대한 특허를 등록하면 기존 제품의 시장 독점을 연장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오는 2028년 특허가 만료되지만 SC 제형으로 전환할 경우 특허 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활용해 머크는 알테오젠과 계약을 체결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키트루다SC 품목허가를 신청, 올해 연말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아스트라제네카와의 초대형 계약으로 최근 불거진 특허 분쟁에 대한 우려를 해소했다고 평가한다. 알테오젠은 현재 파트너사인 머크를 통해 경쟁사인 할로자임의 제형 변경 기술에 대한 특허 심판을 진행하고 있다. 할로자임이 키트루다SC 출시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알테오젠에 특허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불거지자 머크 측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로 인해 한 때 알테오젠 주가가 휘청이는 등 시장 내 우려가 커졌으나 이번 기술 이전을 통해 특허 분쟁이 해소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글로벌 7위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초대형 규모의 계약을 진행한 것은 향후 특허 분쟁 가능성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는 판단에서다.


증권가도 특허 분쟁으로 인한 우려가 해소됐다고 평가한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할로자임과 특허 분쟁 이슈가 완전히 해소됐다”며 “할로자임 특허 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있다면 불가능한 계약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초대형 계약으로 알테오젠은 올해도 원만하게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굵직한 기술 이전 소식이 잇따르면서 알테오젠은 매출 1028억원, 영업이익 25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측면에선 2015년 이후 9년 만의 흑자다.


알테오젠은 이번 아스트라제네카와의 계약에 충분한 안정성이 기반됐다는 입장이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물질과 특허 권리 등 다양한 분야의 실사를 거쳐 안정성을 확인하고 체결한 계약인 만큼 빠른 많은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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