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 변론 종결 3주 지났는데
아직 선고일도 안 정한 헌법재판소
'정족수 논란' 우려해 미루고 있나
헌법재판소가 변론이 종결된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특별한 이유 없이 미루고 있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통상 헌재는 변론 종결 후 2주 안에 선고를 내려왔는데,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는 최종 변론이 종결된 지 3주가 넘도록 깜깜무소식이다. 한 총리 탄핵 사건이 '정족수 논란'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헌재가 의도적으로 결론을 미루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이날 이뤄질 것으로 유력하게 예측됐다.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도 이번주로 예측됐는데 윤 대통령보다 빠르거나, 같은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헌재는 전날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안을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그동안 헌재가 주요 사건 기일을 잡을 때 이틀 연속 선고를 내린 적이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윤 대통령과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가 더 미뤄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헌재가 종결된 사건부터 선고하는 '선입선출'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달 19일 진행한 한 총리 변론은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 변론보다 닷새 먼저 종결됐는데, 검사 3명 탄핵심판이 먼저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또한 헌재가 '사안의 중대성'도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재는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최우선으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최 감사원장 등 탄핵심판 결론을 먼저 내 버린 것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평의 과정에서 내부 이견이 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을 내기 어렵다면 한 총리부터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총리 탄핵 사건은 윤 대통령에 비해 다툴 쟁점이 많지 않고, 미국 트럼프 2기 시대를 맞아 통상전문가인 한 총리 복귀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한 총리측도 윤 대통령보다 빨리 결론을 내달라고 헌재에 여러 번 요청한 바 있다.
헌재가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를 미루는 것은 '정족수 논란'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연말 한 대행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면서 대통령(재적 의원 200명) 아닌 총리 소추 정족수(과반수인 151명)를 적용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무효'라며 정족수를 가려달라는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했는데, 이 심판에서 정족수가 200명으로 결론 나면 한 총리 탄핵은 무효가 된다.
한 총리 탄핵이 무효로 결론 나면 이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이 임명한 조한창·정계선 헌법재판관 2명 자격 시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헌재가 한 총리 선고를 대통령 선고 뒤로 미루려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헌재를 향해 한 총리 탄핵심판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총리와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도 기각이 뻔하니 국정 혼란 수습을 위해 탄핵을 이제라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한 총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라며 "최소한 염치가 있다면 '뺑소니 탄핵'을 신속히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