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헌드레드가 소속 아티스트의 방송 출연 거부 사태를 두고 방송사와 기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적절치 못한 대응으로 팬덤까지 적으로 돌리는 상황을 맞았다. 결과적으로 “가수의 권리를 지키고, 팬덤과 소통하겠다”던 소속사의 기조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사건의 발단은 시우민의 KBS ‘뮤직뱅크’ 출연 불발이었다. 시우민이 SM엔터테인먼트에서 원헌드레드의 자회사인 INB100으로 소속사를 옮긴 후 첫 솔로 앨범 발매를 앞둔 상황에서 출연이 막히자 SM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KBS로부터 ‘특정 소속사 가수와 동시 출연 불가’라는 ‘비공식’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후 수장인 MC몽은 직접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SM엔터테인먼트를 향한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글을 올렸다 이슈가 되자 글을 삭제하고, 나아가 소속 아티스트들의 KBS 프로그램 출연을 보이콧하면서 갈등을 키웠다.
원헌드레드의 주장처럼 SM엔터테인먼트의 외압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이는 케이팝 산업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문제다. 그러나 원헌드레드의 대응 방식은 문제 해결보다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원헌드레드 측이 시우민의 음악방송 출연 불가와 관련해 주장한 내용은 ‘KBS의 비공식 입장’이며, 이와 관련해 SM엔터테인먼트 측에 팩트체크를 거쳤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이 탓에 팬덤 내에서는 소속사가 다소 성급하게 억울함을 호소했고, 이로 인해 도리어 컴백을 앞둔 아티스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소속 아티스트들을 보이콧에 참여시킨 것 또한 불필요한 갈등을 증폭시켰다는 평가다. 특히 컴백을 앞둔 그룹 더보이즈의 팬덤 더비는 소속사의 이러한 무책임한 행보가 그룹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분노한 팬덤은 지난 10일 원헌드레드 본사 앞에서 근조화환 시위를 통해 소속사의 미흡한 운영에 항의 의사를 표했다. 같은 소속사 아티스트인 이무진의 팬덤 역시 트럭 시위로 분노를 드러냈다.
하지만 팬들이 설치한 근조화환은 불과 몇 시간 만에 소속사 측에 의해 강압적으로 철거 및 훼손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팬덤은 근조화환 훼손 배후로 차가원 원헌드레드 차가원 회장을 지목했다. 실제 차 회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팬덤의 생각을 귀하게 들을 생각”이라면서도 팬덤의 항의 의사를 담은 근조화환 시위를 두고 “잘못된 팬덤 문화”라고 꼬집으며 논란을 증폭시켰다.
뒤늦게 MC몽은 더보이즈 팬덤에게 고개를 숙이며 “가수를 앞세워 싸우는 것이 절대 아니”라며 해명했지만, 원헌드레드 소속 아티스트들의 팬덤은 아티스트에 대한 지원은 미흡한 가운데 논란으로 대중들에게 주목받는 상황이 반복되는 상황에 불안감이 쉬이 가시지 않는 듯 보인다.
실제로 원헌드레드는 설립 당시부터 소속사와 계약이 만료된 아티스트에 대한 공격적인 영입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탬퍼링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잡음이 이어졌고, 영입 이후에도 아티스트에 대한 대우 문제 등으로 팬덤의 거센 항의를 거듭 받아왔다. 업계의 ‘공정’과 팬덤과의 ‘소통’에 중점을 두겠다던 원헌드레드의 목표는 좋지만,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도 돌아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