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준비자산 선언 발언 이후 과세 전쟁에 상승분 반납
"트럼프 언급 신중히 해석해야… 7일 가상자산 서밋이 중요"
가상자산 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자산 전략적 준비자산 비축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하며 나타났던 상승세가, 트럼프발(發) 글로벌 관세 전쟁의 불확실성 확대로 대부분 원상복귀됐다.
4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가상자산 전체 시가총액은 이날 오전 10시 2조8200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날(3조1500억 달러) 대비 3300억 달러(약 481조원)가 감소했다.
같은 시간 비트코인(BTC)은 전날보다 7.87% 하락한 8만6075 달러(업비트 기준 1억2942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3일 오전 10시 기준으로는 24시간 전보다 약 8.36% 급등했는데 하루 만에 상승분을 반납한 것이다.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적 준비자산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소식이 나오자 가상자산 시장이 강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의 가상자산 전략 준비금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부패한 공격으로 타격을 입은 가상자산 산업을 회복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게시했다.
이어 그는 전략 준비금의 주요 자산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ETH)을 언급하며, 엑스알피(XRP), 솔라나(SOL), 카르다노(ADA)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전략적 준비자산 비축은 정부가 가상자산을 매입해 유사시 전략 자산으로 활용하는 개념이다. 미국은 현재 금, 외환, 석유 등 경제 안보에 필수적인 자산을 비축해 시장 개입이 필요할 때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가상자산도 이같은 전략적 준비자산의 일부로 인정받게 된다. 이는 가상자산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금’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전략적 준비자산으로 포함시키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지난해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서 그는 "미국 정부가 현재 보유 중이거나 앞으로 획득할 비트코인을 100% 보유하는 것이 내 행정부의 정책이 될 것"이라며 "이는 사실상 미국의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지난 1월 취임 직후 전략 비축과 관련된 가상자산 실무 그룹을 신설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나, 당시 구체적인 가상자산 목록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5가지 가상자산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비축하겠다는 발표가 나오자 가상자산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3일 오전 9시 기준, 이더리움, 엑스알피, 솔라나, 카르다노의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각각 약 22%, 33%, 25%, 65% 급등했다. 한때 8만 달러선이 무너졌던 비트코인은 급등세를 보이며 9만5000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거듭 강조하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은 하루 만에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가 4일부터 시행된다고 재차 확인했다. 중국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지난 2월 4일부터 시행된 10% 추가 관세에 더해 10% 관세가 보태져 예전보다 모두 20%의 관세가 더 부과되게 됐다.
이 소식에 이날 오전 10시 기준 이더리움(-14.39%), 엑스알피(-18.43%), 솔라나(-19.8%), 카르다노(-25.97) 하락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를 확대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준비자산 발표에 성급하게 반응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투자은행 TD코웬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자산 전략 준비금 언급은 충분한 조율을 거치지 않았고, 특히 자금 조달 계획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과민 반응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SNS 포스팅에 휘둘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장 첫 버전 포스팅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조차 준비금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는 트럼프의 포스팅이 조율을 거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며 "이보다도 7일(현지시간) 열리는 디지털 자산 실무그룹의 가상자산 서밋이 스테이블코인 및 가상자산 시장 관련 규제법을 어떤 방향으로 추진할지 발표할 것이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