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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리스크도 벅찬데…野, 기업 턱밑서 '상법개정안 폭탄'


입력 2025.02.25 11:40 수정 2025.02.25 17:17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더불어민주당, 상법개정안 단독 처리

이사 충실의무, '회사 및 주주'로 확대

韓 경제계 "기업하기 힘든 나라 될 것"

상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심의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열린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범계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연합뉴스

경제계가 반발해왔던 상법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 심사 제1소위를 통과하며 입법의 첫 관문을 넘었다. 재계는 '트럼프 리스크' 대응에 총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에 반기업 입법의 공격까지 받게 된 형국이라 절망적인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1월부터 당론으로 추진해온 상법개정안을 24일 오후 단독 처리했다. 구체적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과 상장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조항이 이번 개정안에 담겼다. 민주당은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쟁점은 이사의 충실 의무가 주주로까지 확대되는 데 있다. 경영권 위협은 물론 주요 경영전략에 차질을 주며 한국 기업가치의 '저평가'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경제계의 설명이다.


이사의 충실 의무가 주주로까지 확대되는 경우 중대한 결정을 앞둔 기업의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신규 투자나 인수·합병에 나설 경우 단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해 주주가 책임을 묻게 되면 주식회사의 법률적 위험성이 극도로 높아질 수 있다. 아울러 소수 지분을 확보한 사모펀드 등의 경영권 공격에도 노출되기 쉬워 불확실성이 보다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경영자는 사법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경영 판단에 있어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고, 대주주는 경영권 방어에 집중하느라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에 소홀할 여지가 크다는 게 재계의 지적이다.


여당을 비롯한 경제계는 이번 상법 개정안이 우리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더욱 짙게 만들며 산업 기반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벼룩을 잡다가 초가삼간을 태우는 경우가 발생해 기업의 경영의지를 꺾게 될 것"이라며 "왜 이렇게까지 경영에 개입하려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성토했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을 비롯한 경제 8단체도 소위 통과 즉시 입장문을 내고 "상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 심사 제1소위를 통과한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내수 부진에 따른 저성장,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및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대내외 경영 환경 악화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한국 기업들이 처한 상황은 악재에 악재가 더해진 겹악재"라면서 "트럼프 리스크를 최소화 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목소리가 반영돼 보다 합리적인 결정이 내려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SK그룹 회장이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열린 ‘2025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 행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연합뉴스

실제로 우리 경제계는 국가 컨트롤 타워의 부재로 직접 민간 통상 외교에 나서며 '트럼프 리스크'를 최소하는 데 총력을 다 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은 민간 경제사절단과 함께 대미(對美) 통상 민간 아웃리치 활동을 펼쳤다. 최 회장이 이끄는 경제사절단은 지난 19일부터 이틀 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위 인사와 면담을 진행했다. 당장 미국이 노골적인 대미 투자를 요구하고 있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대한상의에 이어 한국경제인협회도 사절단을 꾸려 내달 미국으로 향한다. 한경협을 이끄는 류진 회장은 '미국통' 경제인으로 유명하다. 한경협은 불확실성 속 한미 재계의 가교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트럼프 2기 TF'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도 다음 달 '미 남부 주정부 아웃리치'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 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가 활성화된 애리조나, 텍사스, 테네시 등 미 남부 지역 주지사와 상무장관, 의원 등과 접촉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미국통 인사를 새롭게 미주본부장에 앉혔다. 박정우 신임 미주본부장은 아웃리치 활동 전 출국해 사전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번 상법개정은 이사의 역할과 이사회 기능을 전혀 모르는 결정"이라면서 신주 발행부터 전환사채(CB) 발행 등 기업의 중요한 경영 판단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건데, 결국 사업을 하지 말라는 의미"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25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야당이 강행 처리한 상법 개정안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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