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드라마 안방극장 인기 장르 됐지만…
2030 시청자 잡기 위해 필요한 '섬세한' 접근
‘별들에게 물어봐’가 우주 드라마를 표방했지만, ‘생명의 소중함’의 강조하다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로코 흥행 불패로 꼽히던 공효진, 서숙향 작가도 시청자들의 니즈를 맞추지 못해 차가운 반응을 얻은 것이다.
로맨스 드라마가 안방극장의 인기 장르로 떠올랐지만, 그만큼 섬세하게 시청자들을 겨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500억 대작 ‘별들에게 물어봐’가 다시금 상기시켰다.
지난 23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는 첫 회 시청률 3.3%로 출발, 5회 만에 1%대로 떨어진 뒤, 방송 내내 1~2%대를 오갔다.
무중력 우주정거장에서 일하는 보스 이브(공효진 분)와 비밀스러운 미션을 가진 불청객 공룡(이민호 분)의 지구 밖 생활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우주’에서 펼쳐지는 공효진, 이민호의 ‘로맨스’로 초반 기대감을 자아냈었다.
그러나 첫 회 방송 직후 전개가 다소 ‘올드하다’는 반응을 받으며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SF 장르가 다소 낯설다’는 반응을 비롯해 ‘SF 드라마를 기대했는데, 로맨스 비중이 너무 컸다’ 등 ‘별들에게 물어봐’의 실패를 둘러싼 여러 의견들도 이어진다. 다만 극 초반 이모들이 공룡의 학원비를 벌기 위해 술집에서 일하는 장면을 비롯해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인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하기 위해 초파리, 쥐의 교미를 반복해 강조하는 등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너무 일차원적’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대를 잇기 위해’ 공룡이 죽은 아들의 정자를 우주로 보내는 설정, 이 과정에서 모성을 지나치게 신성하게 그리는 태도 등 ‘별들에게 물어봐’의 전반적인 설정 및 메시지, 내용이 요즘 시청자들이 공감하기 힘들 만큼 ‘올드’했던 것이 혹평의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비슷한 시기 방송된 SBS ‘나의 완벽한 비서’와 비교하면 ‘별들에게 물어봐’의 패착은 더욱 두드러진다. 일만 잘하는 헤드헌팅 회사 CEO 지윤(한지민 분)과, 일도 완벽한 비서 은호(이준혁 분)의 로맨스를 그린 이 드라마는 여성이 상사, 남성이 비서로 등장하며 기존의 오피스 로맨스물의 설정을 뒤집었다. ‘나의 완벽한 비서’ 측은 이 작품의 장르를 ‘밀착 케어 로맨스’라고 표현했는데, 극 중 은호는 장르 그대로 지윤을 헌신적이고, 다정다감하게 케어하며 ‘유니콘 남주’라는 수식어까지 획득했었다.
‘나의 완벽한 비서’ 이전에도 tvN ‘눈물의 여왕’, ‘선재업고 튀어’ 등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해외 시청자들까지 아우르며 안방극장의 인기 장르로 떠올랐다. 특히 ‘선재업고 튀어’는 아이돌 그룹 멤버와 그 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시청층이 좁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받았지만, 해외의 젊은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으며 한계를 뛰어넘었다.
해외 시청자들의 탄탄한 팬덤에, 시청자들의 니즈를 잘 파고들면 의외의 흥행도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된 현재. SF 로맨스‘별들에게 물어봐’는 물론, MZ 감성을 적극 겨냥한 ‘그놈은 흑염룡’까지.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는 모양새다.
흑역사에 고통받는 ‘본부장 킬러’ 팀장 백수정(문가영 분)과 가슴에 흑염룡을 품은 ‘재벌 3세’ 본부장 반주연(최현욱 분)의 이야기를 담는 이 드라마는 ‘온라인 게임’을 매개로 극이 전개되며 마치 한 편의 만화를 보는 듯한 재미를 전한다. 이 외에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멜로무비’, 채널A ‘마녀’ 등 다양한 분위기의 로맨스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물론 로맨스 드라마의 틀을 뛰어넘는 시도는 안방극장의 다양성을 넓히며 시청자들에게 다채로운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다만 2030 여성들을 겨냥하는 장르인 만큼, ‘요즘’ 트렌드에 발맞추는 ‘섬세한’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최근 로맨스 드라마들의 결과가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