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철강 관세부과에 예외·면제 없다"
2018년 쿼터제 적용, 사실상 폐지 될 듯
韓 철강사들 "가격경쟁력 큰 타격 입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으로 들어오는 철강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의 경우 기존에 시행 중이던 쿼터제 폐지가 현실화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3월 4일 발효 예정이다.
이번 관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오늘 단순화한다"며 "예외나 면제 없이 25%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우리는 모든 알루미늄과, 모든 철강에 예외없이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며 "이는 미국에서 많은 업체들이 개업하게 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외도 면제도 없다"는 발언에 주목한다. 한국의 경우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무관세 조치를 받는 대신 대미 수출 물량을 연간 약 263만t으로 제한하는 쿼터제를 적용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수출 철강 제품은 2022년 253만t, 2023년 259만t, 2024년 277만t 수준이었다. 쿼터제 적용 이전 연간 대미 철강재 수출량인 340만t과 비교하면 급감한 수치다.
쿼터제를 통해 무관세 조치를 받아왔던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철강이든 25% 관세를 부과받게 될 것"이라고 발언한 만큼 쿼터제 자체가 무효화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 일각에선 이미 쿼터제 폐지가 확정됐다고 보는 시각도 나온다.
국내 철강사 한 관계자는 "현재 한국 철강 기업들 뿐 아니라 세계적인 철강 업황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풀어야할 큰 숙제를 받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도 "트럼프 1기 정부의 무역확장법 232조으로 수출량에 제한을 받은 바 있다"며 "쿼터제 등 조치가 아직 명문화되지 않았을 뿐 사실상 폐지될 것으로 보이는데 가격경쟁력에서 타격이 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아직 관세의 부과 방식이나 법적 근거 등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재의 쿼터 물량 263만t에 추가 관세가 부과되는 방안을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아울러 이번 관세 조치가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감소로 침체를 거듭하는 철강 업계에 더 큰 시련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쿼터제가 유지돼도 트럼프의 이같은 조치는 미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우대 정책을 뜻하는 만큼 글로벌 철강사들의 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높아진 무역 장벽으로 중국산 저가 철강재 물량 밀어내기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 움직임이 본격화한 만큼 국내 철강사들의 미 현지 제철소 건설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현재 미국 내 제철소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강관 업체인 세아제강지주의 경우 미국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현지 생산법인을 활용한 대응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국내 철강사 한 관계자는 "수익성이 높은 시장인 미국의 관세 정책 변동은 철강 수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면서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최악의 시나리오에 가정해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