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전·현직 대통령 권한대행 증인 출석
野 "변호사가 봤어도 안 봤다고 진술하랬나"
비상입법기구 문건 확인 여부 놓고 설전 반복
지난 청문회 尹·김용현 불응해 현장조사 무산
야권이 헌정사상 최초로 '구치소 청문회'를 벌인 데 이어 이번엔 전·현직 대통령 권한대행을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시켰다. 사상 초유 국정 공백 우려 상황에서 비상입법기구 문건 확인 여부 등을 주제로 반복되는 공방도 벌였다.
국회 국조특위는 6일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주요 증인을 신문하기 위한 3차 청문회를 열었다. 전·현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이날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작부터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국조특위 2차 청문회에서 계엄 불법성을 증언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야당에 회유됐단 의혹을 놓고 여야가 "싸가지" "선 넘네"란 발언을 주고받은 것과 관련해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이) 저한테 '싸가지 없는 놈'이라고 한 영상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박 의원은 "임종득 위원님이 사과 한 말씀은 하셔야 된다 생각한다. 안 그러면 (임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경고를 날렸다.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재판에 넘기면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40분께 최 권한대행에게 비상 입법기구를 창설하라는 취지의 문건(쪽지)을 건넸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최 대행은 지난달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해당 쪽지 내용을 묻자 "내용은 자세히 보지 못했다. 대통령이 직접 준 것은 아니고, 그 자리에서 실무자가 내게 준 참고자료"라고 답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공방만 이어졌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현재 (최 대행이 기획재정부 고문)변호사 조력을 받고 있느냐"며 "변호사가 지시 문건을 봐도 보지 않았다고 진술하라고 했느냐"고 물었다.
최 대행이 "전혀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하는 내용이다. 내용을 이해 못하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변하자 추 의원은 "그날 윤석열이 '상목아'라고 부르면서 이것 참고해 이렇게 말했느냐"고 되물었고, 최 대행은 "기획재정부 장관이라고 불렀다"며 "(윤 대통령이) 내 얼굴을 보더니 내게 참고하라고 하는 식으로 해서, 옆에 (있던) 누군가가 나한테 자료를 줬는데 접힌 상태의 쪽지 형태였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당시는 계엄이라고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초현실적인 상황이었고, 그 당시 외환시장이 열려 있었기 때문에 경황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문건을) 누구한테 줬느냐, 언제 다시 받았느냐"고 물었고, 최 대행은 "내가 우리 간부(기획재정부 차관보)에게 가지고 있으라고 줬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한동안 (문건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오전) 1시50분 (기재부) 1급 회의가 끝날 때 즈음 차관보가 리마인드 시켜줬다"고 답했다.
이어 "그때 내용을 보고 계엄과 관련된 문건으로 인지를 했다"며 "우리는 이걸(계엄을) 무시하기로 했으니까 덮어 놓자고 하고 (내용을) 보질 않았다"고 부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대해 "전부 다 반대하고, 걱정하고, 대통령께 그런 문제를 제기하고, 나와서 또 같이 걱정했다"며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한 11명 가운데 계엄에 찬성한 일부 국무위원이 있느냐'는 부승찬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한 명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정상적인 국무회의가 아니다'라는 부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어떻게 해석이 되느냐 하는 것은 판단하진 않겠다"면서도 "오랫동안 국무회의를 했었던 사람으로서 도저히 정식 국무회의라고 보기 어렵다. 워낙 절차적·실체적 흠결이 많기 때문에 (계엄을 선포한 국무회의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 사상 초유 전·현직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동시 출석한 점, 주요 증인 불출석 상태가 반복되는 데다 앞선 1·2차 청문회에서도 비슷한 공방만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정조사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내란 국조특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원들은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수감 중인 구치소를 방문했지만, 모두 조사에 불응하면서 특별한 결론 없이 구치소 현장조사를 마무리했다. 여권 일각에선 이를 두고 '구치소 청문회 쇼'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