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운용수익 956억원…삼성보다 많아
점유율 격차 줄어…증시 부진에 美 주력 성과
TR형 운용 금지·최저 보수에 지각 변동 ‘주목’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해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수익 부문에서 경쟁자인 삼성자산운용을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ETF가 운용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올해 1위 경쟁에 더욱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지난해 ETF 운용수익은 약 956억원으로 삼성자산운용(935억원)보다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의 ETF 운용수익이 삼성운용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직전해(2023년)에는 삼성운용의 ETF 운용수익(818억원)이 미래에셋(704억원)보다 100억원 이상 앞섰던 만큼 미래에셋의 선전이 부각된 상황이다.
시장 점유율 격차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 3일 기준 미래에셋의 ETF 시장 점유율은 35.78%로 1위 자리를 두고 다투는 경쟁자인 삼성운용(37.87%)과의 격차가 2.09%포인트로 더욱 좁혀졌다. 지난해 2월 양사의 점유율 격차가 3.79%포인트였던 점을 고려하면 1년 새 격차가 크게 줄었다.
이는 미래에셋이 미국 ETF에 주력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내 증시의 부진에 미국 증시로 발길을 옮긴 투자자가 증가하자 미래에셋은 지난해 미국 ETF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미국 시장에 집중했다.
이에 ‘TIGER 미국 S&P500’의 순자산총액(AUM)은 지난 4일 기준 7조8354억원으로 국내 상장된 미국 관련 ETF 중 가장 크다. 미국 관련 ETF의 순자산 상위 5종목을 살펴보면 ‘TIGER 미국 S&P500’을 포함해 무려 4종목이 미래에셋 상품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미래에셋이 시장 영향력을 넓히자 투자자들의 관심도 자연스레 향하고 있다. 데이터앤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뉴스·유튜브 등 12개 채널 23만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국내 운용사에 대한 포스팅 수를 조사한 결과, 미래에셋자산운용(6만5380건)이 1위를 차지했다.
국내 ETF 시장 규모가 180조원으로 급성장한 만큼 미래에셋을 비롯한 운용사의 점유율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삼성운용의 경우, 정부의 세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토탈리턴(TR)형 ETF 운용이 금지되면서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해외주식형 TR ETF 운용 금지 조치는 전 운용사에 적용되지만 삼성운용이 S&P500과 나스닥100에 대한 TR형 상품을 내세우며 자금을 모아 해외주식형 TR ETF 순자산이 6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겨냥해 미래에셋은 ‘TIGER 미국S&P500’과 ‘TIGER 미국나스닥100’에 대한 분배금 이벤트를 오는 10일까지 진행한다. 정책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꾸준히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TIGER ETF의 보수를 낮추는 전략을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최저 수수료로 투심을 모아 점유율 1위를 노리겠다는 목표다.
업계에서도 미래에셋이 올해 삼성운용을 제치고 1위에 오를 가능성을 점치는 상황이다. 아직 격차를 1%포인트대로 줄인 적은 없으나 보수 인하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이르면 올 상반기에도 지각변동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익성과 점유율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서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가속화 될 것”이라며 “미래에셋에 향하는 투자자 관심이나 운용 성과가 삼성운용보다 앞서고 있어 향후 미래에셋이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판도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