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돌파
코미디 장르가 다시 한 번 극장가의 흥행 공식을 입증했다. 권상우 주연의 '히트맨2'는 1월 25일부터 30일까지 126만 9055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 기세는 개봉 2주차에도 유지되고 있다. 2주차 주말 관객 45만 730명을 기록해 정상 자리를 수성했으며, 개봉 13일째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에 '히트맨2'는 2025년 200만 관객을 넘긴 첫 영화가 됐다.
관객들이 복잡한 서사나 무거운 메시지보다는 단순한 웃음을 택한 결과로, '히트맨2'의 흥행은 이 지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회적 불안과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가볍고 부담 없는 코미디가 대중에게 하나의 '해방구'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히트맨2'는 전작의 인지도를 기반으로 한층 더 넓어진 관객층을 흡수했다. 코미디와 액션이 결합된 장르적 특성을 살리면서 가족 단위 관객까지 사로잡은 것이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기존 팬덤을 확보한 상태에서 명절이라는 특수한 시기를 활용해 접근성을 극대화한 점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같은 기간 동안 박스오피스 경쟁에 뛰어든 또 다른 두 작품은 송혜교 주연의 오컬트 스릴러 ‘검은 수녀들’과 대만 로맨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리메이크작이었다. '검은 수녀들'은 같은 기간 동안 100만 5112명을 동원해 현재까지 145만 8002명의 누적 관객을 기록했다. 강렬한 비주얼과 스토리로 오컬트 장르 팬층을 확보했으나, 공포 영화의 한계가 있었다. 가족 단위 관객이 선호하는 장르와 거리가 있고, 밝은 분위기와 대비되면서 선택에서 밀린 것으로 분석된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1월 27일부터 개봉해 현재 37만 2688명의 누적 관객에 그쳤다. 원작의 감성을 살려 아련한 감성을 자극했지만, 전반적인 흐름에서 흥행 동력을 얻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로맨스 장르의 특성상 입소문에 따라 롱런할 가능성은 있지만, '히트맨2'의 대중적 인기와 비교했을 때는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히트맨2'의 손익분기점은 230만 명으로 추산된다. 현재 흥행 속도를 감안하면 조만간 이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히트맨2'의 선전은 장기적인 시리즈화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권상우는 '히트맨2' 개봉 전 인터뷰에서 "'히트맨2'가 전작의 240만 명의 관객 수만 넘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시즌3는 확정된 건 아니지만 흥행에 성공한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히트맨2’의 흥행은 관객들이 어떤 영화를 찾고 있는지, 위기의 한국 영화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실제로 ‘2024년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한국영화 관객 수는 7147만 명으로 전년 대비 17.6%(1072만 명)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이는 2017~2019년 연평균 관객 수(1억1323만 명)의 63.1% 수준까지 올라온 수치다.
이 같은 회복에는 '파묘', '범죄도시4' 같은 천만 돌파한 영화들의 활약도 있었지만, ‘그녀가 죽었다’, ‘탈주’, ‘핸섬가이즈’, ‘파일럿’ 등 중소 규모 영화들의 손익분기점 돌파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파일럿'과 '핸섬가이즈'는 코미디 장르로 예상보다 높은 성과를 기록하며, 관객들이 가볍고 즐길 수 있는 영화를 꾸준히 찾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영화 시장이 단순히 대작 의존도를 높이기보다 다양한 장르와 규모의 영화를 고르게 성장시킬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앞으로 한국 영화가 지속적인 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장르적 다양성을 확대하고, 관객의 변화하는 선호도를 반영한 전략적인 기획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