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9시간 만에 ‘백기’… "불법 이민자 송환 모두 받기로"

멕시코 출신의 한 여성이 미국 국경 인근에서 합법적 입국을 기다리던 중 미국 세관 및 국경보호국(CBP)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예약이 취소된 것을 확인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콜롬비아가 불법 이민자의 송환에 대해 협조하지 않았다며 콜롬비아에 고율 관세부과를 즉각 시행했다가 9시간여 만에 보류하기로 했다. 콜롬비아가 전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는 게 번복한 이유지만 애초부터 협상을 노린 보여주기식 위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오후 10시10분쯤 대변인 성명을 통해 콜롬비아가 콜롬비아 국적의 미국 내 불법 체류자를 수용하로 했다며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에 따라 작성 완료된 관세 및 제재조항 초안은 보류되고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콜롬비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조건에 동의했다. 여기에는 미 군용기에 태우는 것을 포함해 콜롬비아 국적 불법 이민자를 미국에서 제한 또는 지체없이 돌려보내는 것이 포함된다”며 “오늘 사건은 미국이 다시 존중받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앞서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 “200여명을 태운 미국발 군용기 2대의 입국을 도착 직전에 거부했다”며 “이주민은 범죄자가 이나라 인간으로 마땅히 존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면서 미국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자신 소유의 SNS에 “콜롬비아산 제품에 25%의 관세부과 즉시 시행 및 1주일 내 50%로 상향, 콜롬비아 정부 인사 및 지지자와 그들 가족에 대한 비자 제한, 콜롬비아 국민 및 화물에 대한 세관 검사 강화, IEEPA에 따른 금융제재 전면 시행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맞서 콜롬비아도 25%의 맞불 관세 조치를 예고했지만 미국과 콜롬비아가 미국 내 불법 체류하는 콜롬비아 국적자에 대한 송환 문제에 협력하기로 합의하면서 관세부과 조치는 일단 없던 일이 됐다.

다만 미국은 비자제한 및 국경검문 강화 등의 조치는 콜롬비아 불법 이민자를 태운 첫 비행기가 콜롬비아에 입국할 때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콜롬비아가 약속을 어길 경우 관세부과 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백악관의 성명 내용을 자신의 엑스에 리트윗했다. 또 루이스 길베르토 무리요 콜롬비아 외교부 장관은 양국이 외교적 교착상태를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콜롬비아는 이미 미국과 협정을 통해 지난 수년간 미국이 자국민 불법 이민자를 송환하는 비행편을 일주일에 두 편 이상 허용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송환된 이민자들이 수갑 및 족쇄를 찬 채 군용기에 태워져 송환된 사실이 알려지자, 이에 분노한 페트로 대통령이 송환 거부 결정을 내리게 됐다는 게 로이터통신의 설명이다.

미국과 콜롬비아는 자유무역협정(FTA)인 무역촉진협정(FPA)을 맺고 있으며 콜롬비아가 무역에서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만약 트럼프 정부가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커피 수입, 화훼 수입, 공화당 강세 지역의 옥수수 수출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커피의 경우는 전체 미국 수입물량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콜롬비아의 제1 무역파트너인 까닭에 관세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콜롬비아는 미국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발표는 트럼프가 미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해소하기 위해 관세를 무기화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