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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제작사 위상?…‘주체’만 바뀌었을 뿐, ‘현실’은 그대로 [드라마 시장 지각변동①]


입력 2025.01.27 09:37 수정 2025.01.27 09:40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선택지 늘었지만…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 있다”

방송사 ‘외주’에 의존하던 제작사가 한류 열풍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성장세를 타고 잠시 ‘성장의 날개’를 달았다. 그러나 여전히 ‘홀로서기’ 힘든 현실에 직면하면서 다시금 ‘한계’를 실감하고 있다.


드라마 시장이 위기라며 호소가 이어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창작 주체인 제작사의 위상을 높여야 ‘발전→투자→발전’의 ‘선순환’이 이뤄진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제작사의 ‘홀로서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방송사에서 OTT 등으로 ‘선택지’가 좀 더 다양해졌을 뿐, 제작사들은 여전히 ‘플랫폼’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2' 촬영 현장. 기사 내용과는 무관ⓒ넷플릭스

과거 드라마 제작사들은 방송사의 외주를 받아 콘텐츠를 제작하고, 방영 후에 제작비를 보전받거나, 또는 일부 제작비를 투자받는 형태로 운영이 됐다. 지상파 3사와 케이블, 종편 등 각 방송사가 선보이는 콘텐츠의 숫자와 외주 비율은 정해져 있는데, 외주 제작사들은 수백 개가 넘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칼을 쥔 방송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제작사들은 자체 역량을 키울 타이밍을 놓쳤다. 방송사들의 한정된 콘텐츠 수요를 놓고 경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작비는 더 낮게, 수익은 더 적게’ 계약하게 되는데, 이것이 드라마 시장 구조 개선의 한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제작 환경은 더욱 어려워지고, 그 어려움은 고스란히 스태프들에게 전가됐다. 그러나 ‘돈줄’을 쥐고 있는 쪽은 방송사 쪽이니, 스태프들에게 ‘낮은 임금’이라도 챙겨주려면 제작사는 더 방송사를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또 지난 2015년 한국독립PD협회는 서울의 한 술집에서 외주 PD가 종편 PD에게 폭행을 당해 전치 4주 이상의 부상을 입었다고 폭로한 바 사례, 2017년 교양프로그램 ‘리얼스토리 눈’ 관계자들이 해당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외주제작사에 폭언과 성희롱 등 갑질을 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번진 논란 등 방송사 ‘갑질’도 한동안 드라마 시장의 ‘풀리지 않는 숙제’가 됐었다.


제작사의 이런 열악한 환경은 2010년대 중국 시장이 한국 드라마를 받아들이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해외 판매’의 길이 열리며 수익성이 개선됐고, 중국 자본의 투자가 늘며 ‘방송사 외주’의 의존도도 낮출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2014년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중국에서 1500억원의 수익을 냈으며, 이후 드라마 판권가가 상승하며 ‘해외 판권 판매’ 전략이 제작사들의 ‘단비’가 됐다.


넷플릭스의 등장은 드라마 시장에 또 한 번 지각변동이 일으켰다. 2016년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이후 한국 콘텐츠 산업의 많은 것을 바꿨다. 불과 2017년까지만 해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가 극장 대신, 넷플릭스를 선택하자 ‘시네마의 의미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반발이 일었지만, 지금은 ‘어지간한 시나리오는 넷플릭스를 향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콘텐츠 업계의 희비는 엇갈렸다. OTT에게 자리를 내주는 과정에서 ‘플랫폼’인 영화관도, 지상파도 ‘위기’라며 울상이었지만, ‘콘텐츠 공급자’인 제작사들은 웃었다. 수요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공급자들도 ‘힘’을 가지게 됐고,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으며 “창작자의 자유”를 강조한 넷플릭스의 지원 아래 여러 제작사가 크리처물, 좀비물 등에 ‘도전’하며 ‘제작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를 포함한 OTT 폴랫폼도 결국 ‘사업자’다. 다수의 관계자는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방송사 의존도가 낮아지고, ‘OTT행’ 혹은 ‘IP 보유’를 통해 새 가능성을 확장하는 등 선택지는 늘었지만, 결국 ‘플랫폼의 투자’ 없이 ‘나 홀로 제작’하는 현실은 여전했다. 글로벌 OTT의 투자와 유통으로 드라마 장르가 다양해지는 등 ‘긍정적인’ 변화도 있지만, 이 과정에서 한국 배우들의 몸값이 상승하는 등 ‘부작용’도 생겼다. 결국 제작비가 상승하고, 이를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이 감당하기 힘들어지면서, 결국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의존도가 다시 높아지는 상황에 빠졌다. 제작비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방송사도, OTT도 ‘콘텐츠의 숫자’를 줄이고 있는데, 결국 제작사가 다시 플랫폼에 콘텐츠를 납품하기 위해 의존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드라마 제작사 한 관계자는 “드라마 한 편을 제작하는 비용이 많아졌는데, OTT도 방송사도 콘텐츠 숫자를 줄이면서 제작사들의 선택지는 줄어들었다. 방송사에서 OTT로 주체만 다양해졌을 뿐, 플랫폼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은 그대로인 것”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관계자도 “결국 제작사가 힘을 가지려면 오롯이 홀로 설 수 있는 능력이 돼야 하는데, 일부 대형 제작사를 제외하면 그러한 능력을 갖추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짚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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