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불확실성 해소에 현지 전문가 88% 인상 전망
엔화에 대한 투기적 숏 포지션 규모 급감…변동성 우려↓
지난친 낙관론 경계 지적…엔화 강세국면 증시 상단 제한
일본은행(BOJ)이 1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며 자본시장에 미칠 파급력에 이목이 향한다. 특히 ‘엔 캐리 트레이드(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것)’ 청산 여파로 급락장이 재현될 수 있단 경계 심리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이날부터 24일까지 양일간 열리는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 25bp(0.25%포인트·1bp=0.01%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언론은 시장전문가 88%가 금리 인상을 전망했고 정책위원 9명 중 과반 이상이 이미 금리 인상에 찬성했다고 전했다.
금융시장은 일본 경제가 정상적인 상황에 진입함에 따라 BOJ가 전통적 수단으로 통화정책 정상화를 밟아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12월 금리 인상을 제한시켰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해소와 일본 임금 인상률에 대한 확인이 이뤄지며 3월로 금리 인상 시기를 늦출 이유가 사라졌단 평가다.
작년 말 엔 약세 흐름에 수입 물가가 상승한 점도 1월 금리 인상 전망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이달 중 엔·달러 환율은 160엔 수준에 가까워지며 금리 인상 단행을 계속해 부추기고 있다.
일본의 기준금리가 현행 0.25%에서 0.5%로 높아진다면 지난 2008년 10월 이후 약 17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한다. 올해 일본의 금리 인상은 1회에 그치지 않고 ‘춘투(매년 봄 이뤄지는 일본 노사 간 임금 협상)’ 결과에 따라 하반기 1~2회 추가 단행이 점쳐진다.
만일 실제로 1월에 금리 인상이 이뤄진다며 작년 7월 15bp 인상 이후 6개월 만에 추가 단행이다. 나아가 지난해 3월 마이너스 금리 해제 이후 세 번째 인상 조치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BOJ가 지속적으로 강조했던 기조적 물가 반등은 11월 확인됐는데 지난해 BOJ의 긴축 패턴을 복기해보면 항상 후행적인 기조적 물가 상승률의 반등을 확인한 뒤 금리 인상이 진행됐다”며 “금정위 당일 발표되는 12월 일본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상당한 쇼크가 없는 한 시장 예상과 같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이 일본의 금리 인상 여부에 관심을 두는 것은 증시에 미칠 파급력이 클 수 있어서다. 작년 8월5일 코스피가 8.77%(234.64포인트) 급락한 ‘블랙먼데이’ 사태가 벌어졌는데 당시 급락장의 배경으로 미국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와 엔화 강세에 따른 대규모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지목된 바 있다.
증권가는 여러 우려에도 작년 ‘블랙먼데이’ 당시 수준의 급락장이 재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우선 투기적 엔화 매도(숏) 포지션이 많지 않아 변동성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작년 8월 블랙먼데이 당시 엔화에 대한 투기적 숏 포지션 규모는 5개월 연속 10만 계약이 넘게 형성돼 있었고, 같은 해 7월8일에는 18만4200계약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기도 했으나 현재는 최고치와 비교해 6분의 1 수준인 약 2만9000계약에 불과해 명확한 방향성이 없다는 평가다.
작년 7월 금리 인상이 시장에 깜짝 이벤트로 받아 들여져 충격이 컸다고 보고 BOJ가 금리 인상 신호를 계속해 내비친 점도 증시에 타격을 제한시킬 요소로 지목된다. 앞서 우에다 가즈오 BOJ 총리와 히미노 료조 부총리는 지난 14일과 15일 양일에 거쳐 1월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통화정책 방향성을 제시했다.
단 향후 엔화 강세 국면에 따라 증시 상승이 제한 될 수 있고 추가 금리 인상 시기를 두고 여러 의견이 오갈 수 있는 만큼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단 지적도 나온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이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압력 및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지난 8월의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이에 관련된 우려도 커지고 있지만 이미 대다수의 캐리 트레이드는 청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