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성장 예측되는 경제, 재정 역할 중요
국회 거치며 줄어든 예산으론 대응 한계
‘건전재정’ 정부도 사실상 추경 현실화
예산 조기 집행 효과 없으면 2차 추경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때에 따라 한 차례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만큼 경기 침체가 심각하고, 현재 예산만으론 내수를 부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정치권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추경 편성에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경제와 민생에 집중할 때”라며 “정부에 거듭 촉구하는바, 신속하게 추경 편성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 심리 위축에 일자리 직격탄 맞고 또 그것 때문에 다시 내수가 부진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그런데 정부가 예산 조기 집행만 고집하며 모두가 인정하는 추경에 대해서는 매우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경 편성에 반대를 고수하던 정부도 변화 조짐이 보인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경제관계장관회의 자리에서 “미국 신정부의 정책 전개 양상, 민생경제 상황 등 경제 여건 전반을 1분기 중 재점검하고, 필요시 추가 경기 보강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우리 경제는 미국 신정부 출범과 국내 정치 상황이 맞물리며 어느 때보다 큰 대내외 불확실성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률이 1.8% 수준으로 낮아지며 민생 어려움이 가중되고, 대외신인도 영향도 우려된다”며 연초 경기 상황에 따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추가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최 권한대행의 이러한 발언은 그간 ‘건전재정’을 고집해 온 정부 정책 기조에서 벗어난다. 지난달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만 하더라도 그는 추경이 아닌 ‘신속 집행’으로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경에 대한 최 권한대행의 의지에 균열이 생긴 것은 대통령 탄핵 정국에 따른 시장 경색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더 커진 경제 불확실성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올해 전체 예산의 64%를 상반기에, 민생 예산의 70%를 1분기에 투입하겠다고 할 만큼 경제 사정이 나쁜 게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마저 추경 편성에 찬성하면서 최 권한대행의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6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발표 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소비 심리가 악화한 상황에서 어차피 (추경을) 할 것이라면 빨리하는 것이 좋다”며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고, 통화정책 외 경기 부양에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15~20조원의 추경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추경 편성이 기정사실이 되면서 국민 관심은 추경이 과연 한 차례로 끝나느냐에 쏠린다. 아직 1차 추경조차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반기 2차 추경을 언급하는 것은 이르다. 다만 나라 안팎 사정이 한차례 추경만으로 위기를 벗어나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도 분명하다.
특히 올해 예산은 지난해 국회를 거치면서 정부안에서 감액됐다. ‘건전재정’을 이유로 사실상 긴축에 가깝게 편성한 예산인데 국회를 거치며 한 차례 더 예산이 쪼그라들었다.
상반기 예산을 집중 투입하고도 기대만큼 경기 부양 효과가 없다면 하반기에는 ‘실탄’ 부족 상황이 발생한다. 가정이긴 하나 현재 경제 상황을 미뤄봐선 2차 추경이 현실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공공재정 연구기관인 ‘나라살림연구소’는 “올해 예산은 정부안에서 (국회 심의를 거치며) 감액만 되었고 증액 절차를 거치지 못했다. 이에 실질적 본예산을 완성하고 확정하고자 조속한 추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경제성장률 및 내수 예측치가 더 악화하고 있다. 처음 국회에 정부안을 제출했을 때보다 정부 재정 역할이 더욱 중요시된 상황에서 최소한 국회가 감액한 금액과 국회가 확보한 국세 수입만큼 재정지출은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