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경제성장률 1% 후반 예측
코로나19 이후 사실상 저성장 국면
잠재성장률 키우기 위한 역동경제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사실상 실패
한국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저성장 국면을 맞고 있다. 최근 10년간 2~3%대 성장을 이어오던 경제성장률이 올해 1%대로 추락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내달 발표할 수정 경제전망에서는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IB 예측도 지난해 11월 말 1.8%에서 한 달 만에 1.7%로 0.1% 낮췄다.
비교적 성장률을 높게 전망하고 있는 국회예산정책처(2.2%)와 산업연구원(2.1%), 한국개발연구원(KDI, 2.0%) 등도 2%대 초반에 그친다.
민간 연구기관 전망치는 더 낮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7%를 예측했고, 국가미래연구원은 1.67%로 전망했다. 경제전문가 상당수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2%를 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1%,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이 각각 2.0%를 전망했다.
한국경제는 경제성장을 본격화 한 1970년대 이후부터 2000년까지 최소 6% 이상 성장률을 기록해 왔다. 제2차 석유 파동 여파로 1980년 마이너스(-) 1.5%를 기록한 것과 1998년 외환위기 때 -4.9% 성장했을 뿐이다.
고성장 거듭하던 한국경제, 코로나19 이후 2%대
고성장기가 끝난 2000년 이후에도 신종플루가 창궐한 2009년(0.8%)을 빼면 3~7%대까지 성장세를 이어왔다.
경제성장률이 2%대로 고착한 것은 2019년부터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컸다.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하던 2020년 -0.7% 성장했다가 2020년에는 기저효과 등으로 4.6%까지 크게 올랐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세계적 고물가 영향 등으로 2.7% 성장했다. 2023년에는 1.4%까지 성장률이 떨어졌다. 아직 최종 집계가 나오지 않은 지난해 경제성장률도 1%대 후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잠재성장률이 2026년까지는 2%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실은 전망과 다르게 지난해부터 1%대 저성장 국면으로 빠르게 접어들었다. 코로나19 등 예측 못한 변수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경제 체력이 고갈된 이유가 크다고 꼬집는다.
윤석열 정부는 경제 기초 체력 강화를 위해 혁신과 역동성을 강조해 왔다. 특히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현 대통령 권한대행) 취임 후 ‘역동 경제’를 저성장 문제 해법으로 내놓았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해 7월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3대 분야 10대 과제를 통해 분야별 내재한 역동성이 최대한 발현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역동경제 주요 내용은 ▲혁신생태계 강화 ▲공정한 기회 보장 ▲사회 이동성 개선이다. 이를 바탕으로 생산성 높은 경제시스템 구축, 생산요소 활용도 제고,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등을 꾀할 계획이었다.
균등한 기회·정당한 보상과 능동적 상생, 가계소득·자산 확충, 핵심 생계비 경감, 교육시스템 혁신, 약자보호·재기지원 강화 등의 내용도 담았다.
불확실성 커진 경제, 역동성 포기하고 안정 선택
정부가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해 내놓은 역동경제 로드맵은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사태로 사실상 동력을 상실했다. 지난해 연말 역동경제 로드맵 방안 가운데 하나로 ‘사회 이동성 개선 방안’ 2차 발표를 예정했으나 무산됐다.
국내외 불확실성이 극대화하면서 정부 스스로 ‘역동’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수 침체와 수출 위기가 동시에 우려되면서 경제 자체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일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해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4대 정책분야를 ▲민생경제 회복 ▲대외 신인도 관리 ▲통상환경 불확실성 대응 ▲산업경쟁력 강화로 정리하면서 역동 경제에 관한 언급은 빠졌다.
무엇보다 역동경제 설계자인 최 권한대행이 이미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탄핵 정국이 정리되면 최 권한대행은 자리를 물러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역동경제 추진에 주어진 시간은 불과 2~3개월 남짓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뜩이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체제인 만큼 공격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상황 관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