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게임’ 속 치열했던 신념 싸움
‘원경’ 속 이방원·원경 내밀한 갈등 어떨까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2020년 tvN 드라마 ‘머니게임’을 통해 범죄 스릴러의 긴장감을 표현했었던 이영미 작가가 ‘원경’으로 돌아왔다.
tvN-티빙 드라마 ‘원경’은 남편 태종 이방원과 함께 권력을 쟁취한 원경왕후. 왕과 왕비, 남편과 아내, 그 사이 감춰진 뜨거운 이야기를 담는 작품. 정통 사극의 무게감보다는 상상력을 더해 ‘차별화’ 된 재미를 선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6일 5%대의 시청률로 기분 좋게 출발했으며, 티빙에서는 6회까지 청소년 관람 불가 버전으로 공개되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 짜임새 있는 전개로 고조시키는 긴장감
이 작가의 첫 드라마인 ‘머니게임’은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린 최악의 금융 스캔들 속에서 국가적 비극을 막으려는 이들의 숨 가쁜 사투와 첨예한 신념의 대립을 그린 작품이었다. 경제 스릴러라는 쉽지 않은 장르였지만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먹튀’ 사건을 바탕 삼아 조금 무겁지만, 흥미롭게 극을 전개해 나갔다.
금융위 금융정책국 과장 채이헌(고수 분), 기재부 사무관 이혜준(심은경 분)이 금융비리를 파헤치는 과정이 주는 흥미도 물론 있었다. 여기에 채이헌, 이혜준의 올곧은 신념과 금융위 부위원장 허재(이성민 분), 사모펀드 바하마의 유진한(유태오 분) 등 금융 빌런들의 소신이 부딪히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었다.
한국의 경제구조와 관료사회의 모습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되, 유진한을 향해 ‘섹시 빌런’이라는 수식어가 생겨날 만큼 대중적인 재미도 놓치지 않으며 나름의 성과를 남겼다. 시청률은 1%대로 낮았지만, 그럼에도 ‘경제 스릴러’로서의 의미는 잡은 셈이다.
‘원경’은 묵직했던 ‘머니게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태종 이방원과 원경왕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들의 애증 어린 관계를 파헤치는 로맨스 사극. 현대극에서 사극으로, 범죄 스릴러에서 로맨스로, 장르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다만 ‘원경’은 이방원과 원경의 로맨스에서 시작해 권력 암투로까지 이야기 확대가 예고됐다. 한때는 사랑을 속삭이던 사이였지만, 왕과 왕비가 된 이후 어떤 균열이 있었는지 또 어떤 갈등을 벌였는지를 차근차근 그려나가는 이 작품에서, ‘머니게임’ 속 치열했던 신념 갈등이 어떻게 변주돼 재현될지 궁금해지는 것. 정치적 갈등부터 내밀한 감정적 갈등까지. 이 작가가 자신의 장기를 발휘하면서 장르 스펙트럼을 한 차례 넓힐 수 있을지 ‘원경’의 후반부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