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 사태에 따른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여파가 연예계로도 번지고 있다. 과거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 발언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거나,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연예인들이 정치적 의견 표명을 꺼리는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그런데 일각에선 연예인의 소신 있는 발언에 주목하는 한편,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사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을 당시, 연예인들도 간접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이유와 소녀시대 유리, 뉴진스 등은 선결제로 집회에 참여하는 팬들을 위해 음식과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문화에 동참했고, SNS에 촛불 이모티콘을 올리고 탄핵 촉구 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이승환은 직접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촛불 문화제 무대에 올랐고, 장범준은 촛불 집회 참가자들을 응원하며 신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많은 연예인이 직접 목소리를 내면서 시국선언에 동참, 공유하고 직접 집회에 참여했다.
이미지와 계약 등이 얽힌 복잡한 관계에서 자신의 의사를 무턱대고 드러내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연예인의 이 같은 행동은 뜻밖이지만 용기있는 행동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윤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연예인들의 등장에는 온도차가 느껴진다. 대중의 이러한 온도 차이는 단순히 ‘정치적 견해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다름은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 그들이 어떤 정치인을, 어떤 정당을 지지하는지는 전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문제’를 일으킨 사람에 대한 무조건적인 옹호를 하는 행위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실제로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연예인들의 발언을 보면, 김흥국은 “윤석열 만한 대통령이 어디 있냐”고 추켜세웠고, 최준용은 “느닷없는 계엄령 선포에 놀랐다. 더 놀란 건 몇 시간 만에 계엄이 끝났다는 것이다. 내심 아쉬웠다”며 계엄령이 성공하길 바랐다는 식의 이해하기 힘든 수준의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탄핵 집회 참가자들을 ‘무지성 아메바’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가수 JK김동욱도 “대통령을 지키는 게 나라를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스타일리스트 김우리도 “지금 먼저 때려잡아야 할 인간들은 빨갱이들”이라고 말하며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다.
국회의원을 체포, 감금하고 국민과 국회의원에게 총을 겨누려 했던 것 등 현재 윤 대통령 측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행위는 차치하더라도 대다수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할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정치활동을 금지시키고, 의사들을 처단하려 했던 행위까지 옹호하는 것으로 비춰진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려는 행위를 옹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아무리 연예인의 소신 발언이 중요해진 시대라지만, 그 발언이 국민의 기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방향이라면 대중의 싸늘한 시선을 피하긴 어렵다는 말이다. 침묵하면 시대적 책임을 방기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아이돌 팬덤 사이에선 “차라리 침묵하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많은 연예인이 과거에 비해 개인의 생각을 밝히는 데 있어서 자유로워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유에는 늘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면서 “연예인의 발언은 단순한 개인 의견 표명을 넘어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생각하고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발언을 해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