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證 업계 첫 업무 적용 초읽기...내달 완료 목표
금융지주 계열 KB·NH도 컨설팅·시스템 구축 ‘속도’
‘초대형IB 도전’ 키움 조직개편 통해 관련 파트 신설
올해부터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책무구조도’가 정식 시행되면서 증권업계도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금융사고를 낸 신한투자증권이 발빠르게 업무 적용에 나선 가운데 증권사들의 내부통제 강화 및 책무구조도 도입 준비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이 증권사 최초로 책무구조도 이행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업계의 조기 도입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직원의 직책별 내부통제와 위험관리에 대한 책임을 사전에 특정하는 제도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책무구조도에 대한 내용을 담은 지배구조 내부규정을 개정하면서 본격적인 내부통제 강화에 돌입했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023년 9월 업계에서 가장 먼저 책무구조도를 정착하겠다는 목표로 책무구조도 컨설팅에 착수한 바 있다. 이어 지난해 1월 준법경영부를 신설한 뒤 4월 책무구조도를 마련했다.
그러나 작년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 공급자(LP) 업무 부서에서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로 지난 8월 2일부터 10월 10일까지 1300억원으로 추정되는 손실이 발생하며 오히려 회사의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부각됐다.
책무구조도를 한발 앞서 준비했지만 정작 도입 시기가 늦춰지면서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이에 신한투자증권은 다음 달까지 책무구조도를 업무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리스크 관리 강화 대책도 속도감 있게 실행하고 있다. 지난 2일 취임한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는 신년사를 통해 새해 비상 경영 계획을 빠르게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에서 횡령, 배임, 불완전판매 등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업무 연관성에 따라 내부통제 책임을 최고경영자(CEO)에게까지 물어 금융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핵심이다.
앞서 금융지주와 은행 18개사가 책무구조도를 조기 제출해 시범사업에 참여했고 전날(2일)부터 금융지주와 은행을 대상으로 책무구조도가 정식 시행됐다.
증권사는 금융지주·은행에 비해 책무구조도 제출 기한에는 아직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자산총액 5조원·운용자산 20조원 이상 대형사는 내년 7월까지, 그 외 증권사는 오는 2026년 7월까지 제출하면 된다.
다만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은 지주사와 호흡을 맞추면서 도입 준비가 비교적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신한투자증권이 책무구조도 도입을 마칠 경우, 국내 증권사 중 첫 사례가 되면서 다른 곳들 역시 제출 기한을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도 책무구조도 관련 임직원 대상 교육을 실시하면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앞서 KB증권은 지난해 2월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3월부터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과 내부통제 개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을 위해 노력해왔다.
NH투자증권도 지난해 6월부터 책무구조도 도입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NH투자증권도 작년 1월 책무구조도 마련을 위해 내부통제 전문가로 구성된 준법기획팀을 신설하고 내부통제 평가 관련 준법감시 인력을 확대한 바 있다.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준비하는 증권사도 인가를 위한 내부통제가 관건인 만큼 책무구조도 도입에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있다. 초대형 IB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회사 재무 건전성 및 대주주 적격성, 내부통제 시스템 구비 등에 대한 금융당국의 평가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1일자로 단행된 조직개편을 통해 컴플라이언스팀에 책무구조도 파트를 신설했다. 회사는 지난 2023년 차액결제거래(CFD) 사태와 영풍제지 대규모 미수금 사태로 초대형 IB 계획을 접기도 했으나 작년 초 엄주성 대표이사 취임 후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올해 초대형 IB 인가를 신청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책무구조도 제출도 차질이 없도록 준비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증권사들의 내부통제 미비 문제를 강하게 질타하면서 업계가 책무구조도 도입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며 “대형사뿐만 아니라 중소형사 일부도 선제적인 도입에 동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