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의 전설로 불리는 재일교포 2세 장훈(84)이 "일본으로 귀화했다"고 고백했다.
장훈은 지난 29일 산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처음 하는 얘기"라며 "몇 년 전에 국적을 바꿨다. 지금은 일본 국적"이라고 털어놨다.
1940년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그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유일하게 통산 3000안타를 기록한 선수다. 과거 여러 차례 귀화 제의를 받았지만 그 때마다 한국 국적을 고집해왔다.
지난 2018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조국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있다"며 "국적은 종이 하나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지만, 민족의 피는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조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던 그이기에 귀화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장훈은 "한때 (한국의) 한 정권이 재일 한국인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 적이 있다"며 "자기가 원해서 간 사람들이라든지, 다른 나라에 가서 잘살고 있다든지 하는 식으로 치부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오고 싶어서 온 게 아니다. 징집됐거나, 못 먹어서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적은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도 있다. 당연히 부모의 피를 이어받은 재일 동포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살고 있다"고 밝혔다.
장훈은 한국 야구계에 서운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오랜 세월에 걸쳐 한국과 일본의 양국 간에 다리 역할을 했다"면서도 "하지만 몇 년 전에 한국 야구계의 발전에 대한 공적으로 표창하겠다고 관계자가 찾아왔는데 이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거절 이유에 대해 장훈은 "20년 넘게 (KBO 총재) 특별보좌역을 하면서 프로 리그를 만들었지만, 한국시리즈나 올스타전 같은 행사에 한 번도 초청된 적이 없었다"면서 "그 나라의 나쁜 점이다. 은혜도, 의리도 잊어버린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