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4월 유해발굴사업 시작
지금까지 245명 신원 확인돼
"'시간과의 전쟁' 국민 관심 절실"
6·25 전쟁 당시 스무 살의 나이로 산화한 호국영웅이 73년 만에 가족 품에 안겼다. 참화를 겪은 무명의 호국영웅들이 '시간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국민적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국방부는 30일 6·25전쟁 당시 조국을 지키다 약관(弱冠)의 나이로 산화한 고(故) 오두용 하사에 대한 귀환행사를 경상남도 고성군에 위치한 유가족 자택에서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2000년 4월 유해발굴사업이 시작된 이후,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는 총 245명으로 늘었다.
유가족 대표인 고인의 막내 여동생, 오점순(89세) 씨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으로부터 신원확인 가능성과 관련한 연락을 받기 전, 어린 시절 고향 집에 들어오는 오빠를 꿈속에서 마주했다고 한다.
오 씨는 "오빠 생각에 한없이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며 "이유 없는 눈물과 통곡이 절로 나오더라. 자기 유해가 돌아왔다고 꿈에 나온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앞서 국유단은 지난 10월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적근산 일대에서 발굴한 유해의 신원을 국군 제2사단 소속 고(故) 오두용 하사로 확인한 바 있다. 유해 발굴 40일 만에 유해 감식부터 유가족 시료채취, 유전자 분석까지 완료해 신원을 확증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넙다리뼈가 발견된 지점에서 함께 발굴된 인식표도 신원확인 속도를 앞당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이번 경우처럼 인식표가 동반 출토돼 신원이 확인된 호국영웅은 전체 신원확인 전사자 245명 중 총 42명으로, 약 17%밖에 되지 않는 매우 드문 경우"라고 전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고인은 국군 제2사단 소속으로 여러 전투에 참여한 후 강원도 철원 734고지 전투에서 대규모 중공군 공세에 맞서다 전사했다.
고인과 함께 입대한 작은 형 고(故) 오재용 님은 전투 중 부상을 입은 채 귀향한 후, 상이군인으로 지내다 33세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국유단, 방문 유전자 시료채취
전사자 신원 확인시 포상금도
국방부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호국영웅 귀환을 위한 국민적 관심이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6·25전쟁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참전용사와 유가족의 고령화 등으로 유가족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발굴된 유해의 신원확인을 위한 '시간과의 전쟁' 중인 만큼,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유단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생계 등으로 시간을 내기 어려운 유가족을 위해 방문 유전자 시료 채취를 진행하고 있다.
유전자 시료 채취는 전국 어디에서나 가능하다. 6·25 전사자 유가족으로서, 전사자의 친·외가를 포함해 8촌까지 신청할 수 있다. 제공한 유전자 정보를 통해 전사자 신원이 확인될 경우 1000만 원의 포상금도 지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