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전 국민이 슬픔에 잠겼다. 탑승자 181명 중 구조된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사망하면서 정부는 내달 4일 밤 12시까지 7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가요계도 예정됐던 콘서트를 잇따라 취소하며 애도에 동참하고 있다.
이미 지난 29일 김장훈은 순천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연말콘서트를 취소했고, 오는 1월5일 예정된 울릉도 크루즈 선상 카운트다운 콘서트 취소도 알렸다. 이승환도 내년 1월4일로 예정된 35주년 콘서트 ‘헤븐’ 천안예술의전당 콘서트를 취소했다. 조용필도 1월 4일 진행될 20집 발매 기념 ‘조용필&위대한 탄생 콘서트’ 대전 공연을 연기했다. 이밖에도 가수 알리, 테이 등이 잇따라 공연 취소 소식을 전했다.
이미 예정된 공연을 취소하는 것이 마냥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주어진 자리에서 저마다의 위로법을 찾는 가수들도 적지 않다. 가수 김장훈 역시 공연을 취소하면서 “공연이나 이벤트가 취소되는 것이 기획자 입장에서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금전적 손해 뿐만 아니라 고객들의 컴플레인과 많은 예약자들의 취소 과정 등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남기기도 했다.
2년 전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가요계는 비슷한 상황에 직면한 바 있다. 당시 국가애도기간 동안 대부분의 음악 활동이 중단됐지만, 일각에선 대중음악의 ‘멈춤’을 강요하는 분위기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공연은 ‘유희’이기 이전에, 누군가에겐 생계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가수 박종현은 “예나 지금이나 국가기관이 보기에는 예술 일이 유흥, 여흥의 동의어인가 보다. 공연이 업인 이들에게는 공연하는 것도 애도의 방식일 수 있다”고 꼬집었고, 뮤지션 정원영 역시 “음악만한 위로와 애도가 있을까”라고 아쉬움을 내뱉었다. 이외에도 많은 문화평론가가 추도 방식을 획일적으로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우려를 표했고 많은 예술인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 같은 공감을 얻은 덕에 변화도 있었다. 당시 많은 아티스트들이 추모곡을 발표하고, 자선 공연을 개최하며 음악으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음악이 가진 사회적 역할과 긍정적인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이자, 음악이 단순한 유흥이나 오락을 넘어 슬픔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상처를 치유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했다.
이번 제주항공 참사에 따른 국가애도기간에도 마찬가지다. 성시경과 임영웅, 자우림 등 많은 가수가 콘서트를 진행하기에 앞서 희생자를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갖거나, 추모의 글을 공연 중 띄우면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깊은 위로를 건넸다. 한 관계자는 “공연을 진행하면서도 애도와 추모의 형식을 최대한 갖추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