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명의 사망자를 낸 아제르바이잔 여객기는 러시아 지대공 미사일을 맞고 추락했다는 예비조사 결과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 조사 당국 관계자는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지대공미사일 또는 그 파편이 항공기를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항공기의 눈에 띄는 손상이 탄약에 맞았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며 "사고 생존자 중 일부는 비행기 추락 전 큰 폭발음을 들었다고 증언했다"고 설명했다.
아제르바이잔항공 J2 8243편은 앞서 25일 승객과 승무원 등 67명을 태우고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를 출발해 러시아 체첸공화국 수도 그로즈니로 향하던 중 갑자기 진로를 변경했다. 사고 여객기는 카스피해를 건너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 지역 인근에서 비상착륙을 시도하다 비틀거리며 추락했다. 67명의 탑승자 가운데 38명이 사망하고 29명이 생존했다. 생존자 중 다수가 중태여서 사망자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 여객기가 미사일 공격 등을 받은 곳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북캅카스 지역에서는 우크라이나 무인기(드론)가 수차례 격추된 적이 있다. 여객기 추락 불과 3시간 전에도 우크라이나 드론 한 대가 이 부근 상공에서 격추됐다. 당시 이 지역에서 러시아 방공망이 작동 중이었다는 뜻이다. WSJ는 "러시아가 (추락한) 해당 항공기를 자국 영공으로부터 우회시키고 위성항법시스템(GPS)을 교란했다"는 조사 당국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CNN방송은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은 러시아군 부대가 우크라이나의 드론으로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영국의 항공보안회사 오스프리 플라이트솔루션은 당시 추락 영상과 항공기 손상, 최근 군사 활동 등을 보면 여객기가 어떠한 종류의 대공포에 맞았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고의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도 사고 여객기가 러시아 미사일에 격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 당국자 안드리 코발렌코는 여객기 일부와 내부 구명조끼 등에 난 구멍을 근거로 러시아 방공시스템에 의해 격추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반면 러시아 정부는 섣부른 추측을 경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조사 결과 전 어떤 가설을 내놓는 것은 잘못된 일로, 누구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며 "현재 추락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항공 당국은 사고 원인이 '새떼 충돌'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