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플레이션 지속…비교적 저렴한 가격 무기
착한 가격 앞세워 내년에도 인기 끌 전망
다만 과거 대비 높은 가격‧이중가격제 비판도
햄버거 업계가 내년에도 가성비를 무기로 직장인 점심 공략에 속도를 낸다.
이른바 런치플레이션(점심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햄버거를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고 있어서다. 착한 가격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발 길을 붙잡는다는 계획이다.
외식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직장인 식대 현실화’에 나서고 있다. 2004년 10만원이었던 직장인 식대 비과세 한도를 월 30만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한다. 2022년 월 20만원으로 18년 만에 상향됐지만, 여전히 물가가 치솟고 있어서다.
실제로 1만원으로 한 끼 해결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외식비가 올랐다. 꾸준히 오르는 인건비와 식자재 물가가 음식 가격에 빠르게 반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루 한 끼만 먹거나 도시락을 챙겨 출근하는 직장인 까지 눈에 띄게 늘었을 정도로 점심 값 상승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특히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3분기(7∼9월) 4인 가구의 월평균 식비는 134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4.1% 증가했다. 식비는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구입비와 외식에 쓴 돈을 합친 금액이다.
먹거리 물가 상승은 내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 등에 따른 국내 정세 불안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이 불러온 고환율 여파로 수입 단가가 더 높아져 국내 식품·외식업계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탓이다.
이미 지난달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식품업계는 통상 약 3개월 동안 사용할 원자재를 미리 구매해 놓기 때문에 최근의 식자재 가격 상승은 내년 1분기(1∼3월)부터 본격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생산 원가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60∼70%인 식품산업과 30∼40%를 차지하는 외식산업에서 물가 인상의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반면 햄버거 업계는 경기불황으로 외식시장 전반이 침체된 상황에서도 나홀로 특수를 맞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은 햄버거가 ‘가벼운 한 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햄버거 브랜드들은 1만원 이내로 한끼 식사의 해결이 가능하다.
업계 실적도 상승세다.
‘맘스터치’는 지난해 영업이익 546억원으로 영업이익률 15.0%를 기록했다. 이어 버거킹(3.2%)이 그 뒤를 이었고, 롯데리아(2.3%)와 KFC(1.2%)가 각각 3·4위를 차지했다. 5대 버거 프랜차이즈 중에 맥도날드만 유일하게 적자(–1.8%)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들 역시 일제히 가격을 올리면서 소비자들이 햄버거로 점심 메뉴를 선회한 탓으로 분석된다. 업체들은 임대료·인건비·원재료 상승 ‘3중고’에 의해 고육지책으로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소비자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햄버거 업계 관계자는 “1만원대 미만으로 푸짐하고 든든한 한끼를 즐길 수 있는 데다, 메뉴에 대한 고객 선택지가 넓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특징이 있다”며 “최근 고물가로 인한 가성비 ‧가심비 중심의 소비 트렌드에 맞춰 고객 만족도 증가에 지속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과거와 비교해 햄버거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일부 브랜드를 중심으로 고급화 전략이 이어지면서 가격을 지나치게 상향 시키고 있다는 해석이다. 많게는 한국 햄버거 가격 대비 3배 이상 비싼 곳도 있다.
여기에 배달앱 수수료 인상에 따라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은 지난달부터 상당수 이중가격제를 운영하고 있어 소비자 부담을 키운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중가격제란 똑같은 음식이라도 매장에서 판매할 때보다 배달할 때 가격을 더 높게 매기는 것을 말한다.
일례로 롯데리아의 경우 배달앱 주문시 단품 메뉴는 700~800원, 세트 메뉴는 1300원 비싸게 받고 있다. 맥도날드도 대표 메뉴인 빅맥 세트를 배달앱으로 주문하면 가격을 8500원으로 책정해 매장 판매가보다 1300원 비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햄버거 가격이 오른 것은 인건비, 물류비, 전기, 가스 등 대내외적 비용 증가에 따른 영향이 가장 크다”며 “많이 올랐다고 하기엔 100~200원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