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서에 기재...‘묵시적 합의’ 성립 여부 관건
업력 오래 되고 가맹점 많을수록 반환금 규모 커져
올 7월부터 계약서에 필수품목 공급가격·산정 방식 기재 의무화
지난 9월 한국피자헛 가맹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제기한 차액가맹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외식 프랜차이즈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가맹본부 측은 차액가맹금에 대한 내용이 정보공개서에 명시돼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가맹본부 별로 계약 형태가 다른 데다, 2019년 정보공개서에 차액가맹금 기재 의무화 이전 사례의 경우 다르게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업계가 전반적으로 혼란을 겪는 분위기다. 업계는 피자헛의 대법원 판결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9월 한국피자헛 가맹점주 94명이 본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한국피자헛이 2016~2022년 가맹점주에게 받은 차액가맹금 210억원을 반환하라”며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가맹계약에 차액가맹금 관련 명시적 조항이 없고 점주들이 묵시적으로도 알 수 없었던 점을 들어 한국피자헛에 75억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에서는 반환 금액이 210억원으로 3배가량 불어났다. 이에 한국피자헛 측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하는 한편 회생 신청과 함께 자율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도 함께 신청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대부분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이 로열티 대신 차액가맹금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고, 계약 과정에서도 이에 대한 설명을 하고 정보공개서에도 명시하고 있어 ‘묵시적 합의’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피자헛의 경우 로열티와 차액가맹금을 모두 받는 형태라 차액가맹금 만을 수취하는 다른 외식 가맹본부와 케이스가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일부 법무법인들이 피자헛 사례를 들어 다른 브랜드의 가맹점주들에게도 소송 참여를 독려하면서 치킨, 커피 등 다양한 업종에서도 소송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가맹본부 입장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당장은 피자헛의 대법원 판결을 기다린다는 반응이지만 실제 소송이 제기될 경우 이겨도 져도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가맹본부들이 주장하는 ‘묵시적 합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대규모 손해배상이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5년으로 가맹본부와 가맹계약을 해지한 후 5년을 넘지 않았다면 차액가맹금 소송 제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소송 규모는 더 불어날 수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 한 관계자는 “가맹점 수가 많은 곳은 수천개 수준이고 업력이 오래된 곳은 20년을 넘는 곳도 있다”면서 “피자헛 사례처럼 소급 적용이 된다면 반환금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기업회생을 넘어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반대로 승소한다고 해도 소송 과정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특히 신규 창업자 모집에 악영향이 미처 향후 사업 확대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불안감도 크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외식업종 대부분 브랜드가 소비자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소송전이나 오너리스크 같은 악재가 가맹점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올 7월부터는 가맹사업법 개정에 따라 가맹계약서에 필수품목의 종류와 공급가격 산정 방식을 의무적으로 기재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 이런 사례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