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신계약 규모 20% 넘게 줄어
노인 10명 중 1명 치매에도 불황 '역풍'
"과당경쟁 지적에 개발 의지 꺾여" 불만
국내 보험사들의 치매·간병보험 판매 규모가 올해 들어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이 이미 5명 중 1명을 넘어설 만큼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와중에도, 노후를 대비하는 보험 상품은 도리어 역주행을 벌이는 모습이다.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인생 황혼기를 위한 대비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 수 있어도 금융당국의 과도한 개입 탓에 개발 의지가 꺾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6일 보험개발원 보험통계조회서비스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사 22곳과 손해보험사 18곳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유치한 치매·간병보험 신계약 건수는 68만903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3%(19만8244건) 줄었다. 생보사는 18만6000건으로 집계됐으며, 손보사는 50만3035건으로 나타났다.
보험사 별로 보면 DB손해보험이 20만2862건으로 제일 많았다. 뒤를 이어 ▲현대해상 9만310건 ▲삼성화재 7만9784건 ▲라이나생명 6만2000건 ▲삼성생명 4만6000건 ▲KB손해보험 4만3173건 ▲메리츠화재 3만773건 ▲DB생명 2만9000건 ▲NH농협손해보험 2만3436건 ▲롯데손해보험 1만6161건 순으로 나타났다.
치매·간병보험은 치매 검사부터 ▲진단 ▲입원 ▲치료 ▲요양 ▲간병까지 보장하는 상품으로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전체 주민등록 인구의 20%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처음으로 진입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는 지난 23일 기준 1024만4550명을 기록하며 전체 주민등록 인구인 5122만1286명의 20.0%를 돌파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뒤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바 있다. 이후 7년만에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셈이다.
고령 인구가 늘면서 실제로 치매 환자들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 이상 꼴로 치매 판정을 받을 정도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105만명에 달했다.
치매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치매·간병보험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치매 환자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보험업계가 치매·간병보험 시장 활성화에 적극적을 다가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 주도의 적극적인 치매관리 정책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회보험을 통한 공적인 지원만으로 개인·치매 간병 부담을 줄이기에는 재정 부담이 상당해 보험산업의 역할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급증하는 치매환자에 대응해 2008년 '제1차 치매관리종합대책'을 시작으로 제4차 치매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하는 등 치매관리정책을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그럼에도 치매는 개인의 경제적 부담이 상당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인정하는 방문요양은 1일 최대 4시간으로 추가 간병은 전액 본인부담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고령화로 치매·간병보험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경기침체가 줄곧 이어지면서 보험료를 납부할 여력이 줄다 보니 신계약 증가 폭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이 같은 상황을 감안했을 때 보험사들도 마케팅을 강화하기에는 무리"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상품을 출시해도 금융당국에서는 과당경쟁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보험사들의 개발의지를 꺾은 것도 한 몫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