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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지상주의 기괴한 덫 '서브스턴스', 관객과 평단 모두 사로잡은 이유 [D:영화 뷰]


입력 2024.12.25 07:56 수정 2024.12.25 07:56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11만 돌파

현대 사회의 외모지상주의와 여성에 대한 사회적 압박을 신랄하게 해부한 영화 '서브스턴스'가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주목받고 있다.


24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서브스턴스'는 개봉 13일 만에 12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2주 차 주말 관객 감소율은 단 15%에 불과하며, 상영 횟수 대비 관객 수 비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개봉 3주 차에도 높은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어, 20만 명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영화의 메시지와 독창적인 장르적 접근이 관객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어낸 결과로 풀이된다.


흥행뿐 아니라 비평적인 성취도 눈에 띈다. 서브스턴스는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며,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도 7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여성의 몸과 정체성을 다룬 영화의 주제와 이를 표현한 연출 방식은 영화계와 관객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서브스턴스'는 TV쇼 영역에서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로 밀려난 엘리자베스(데미 무어 분)가 약물을 주입해 젊고 아름다운 자아 수(마가렛 퀄리 분)를 만들어내고, 현재의 '나'와 젊은 '나'가 끊임없이 대결하는 이야기다. 영화 속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은 외모와 젊음을 유지하려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표현, 사회에서 여성의 몸이 끊임없이 평가받고, 외모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몸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폭력으로 판단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정체성의 위기와 자기혐오라는 주제로 확장되었으며, 이를 사회적 병폐로 규정한 감독은 공포와 풍자를 결합한 바디 호러 장르를 통해 영화적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특히 바디 호러 장르의 선택이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바디 호러는 인간의 신체가 변형, 왜곡, 파괴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신체를 둘러싼 두려움과 불쾌감을 강조하는 장르다. 고어와 슬래셔 장르처럼 잔혹한 장면으로 충격을 주기보다, 신체 변형 자체가 인간성의 상실과 자아 붕괴를 암시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서브스턴스'는 이러한 장르적 특성을 활용해 외모지상주의라는 현대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관객들은 변형된 신체와 자아 간 대결을 통해 단순한 공포를 넘어선 깊은 메시지에 공감하며, 현대 사회가 직면한 외모와 정체성의 문제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신선한 장르와 강렬한 메시지, 탁월한 연출이 결합된 이 작품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예술영화가 가질 수 있는 깊이와 성찰까지 담아낸 것이다.


올해 '가여운 것들'과 '존 오브 인터레스트' 같은 외국 예술영화가 흥행하며 주목받는 가운데, '서브스턴스'가 그 흐름을 이어받아 2024년 예술영화 시장에 강렬한 마침표를 찍을 작품으로 기대된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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