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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이 세상에 내가 한명 더 있다면? [D:쇼트시네마(102)]


입력 2024.12.24 13:09 수정 2024.12.24 13:09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한제이 감독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지천(김민석 분)은 9급 공무원 지망생으로 낙방했다. 벌써 세 번째다. 서울대생 누나(박경혜 분)는 비웃고 조롱하고, 엄마는 이제 더 이상 지원해 줄 수가 없다고 한다. 이모는 위로를 해주지만 그 동안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않다.


심란한 마음과 구박을 받으며 방으로 지천이 들어온 방 안에는 도플갱어가 떡 하니 서 있다. 헛것을 본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니다. 어젯밤 술 취해 편의점에서 1+1 상품이라며 결제한 것이 자신의 도플갱어였다. 무서움에 떨던 지천이지만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 한 명 더 있다고 생각하니 그야말로 '오히려 좋아'다. 자신의 도플갱어에게 가족의 특징과 대처법을 설명하며, 자신이 여자친구와 여행을 떠나는 동안 집에서 역할 대행을 시킨다.


가족들은 지천이 평소와 달라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결국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아챈다. 그 시각 지천은 여자친구 별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손발이 묶이는 등 위기를 맞는다. 여자친구 역시 도플갱어로 인간을 모두 자신들처럼 만들려고 하고 있다.


평소 동생을 의심해 위치 추적 앱을 지천에게 깔아놓은 지원 덕분에 가족들은 지천을 찾아 나선다. 엄마와 이모까지 무리들에게 당해 인간이 아니다. 지천과 누나만 둘 남은 상황 속 영화는 화면이 전환되고 지천의 가족들은 케이크 초 앞에 앉아있다. 하나같이 표정이 없다. 지천 홀로 도플갱어인 척하며 가족들 사이에서 눈동자만 굴릴 뿐이다.


이 영화는 9급 공무원 지망생 지천이 자신의 도플갱어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독특하고 기묘한 이야기다. 현생에 지친 주인공이 자신과 똑같은 존재를 발견하고 이를 문제 해결의 도구로 삼는다는 발상은 흥미롭고 기발하다. 단순한 코미디처럼 시작한 영화는 진행될수록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하고자 한다.


도플갱어의 정체가 단순한 복제가 아닌, 인간성을 위협하는 존재로 밝혀지면서 영화는 스릴러의 영역으로 넘어가며 메시지가 '인간성'에 초점이 맞춰진다. 결말에서 모든 가족이 도플갱어로 변한 듯한 상황은 현대 사회에서 진짜 자신을 잃어가는 사람들이 묘하게 겹쳐진다. 살아남기 위해 도플갱어인 척 연기하는 지천의 모습이 웃픈 스릴러의 방점을 찍는다. 러닝타임 29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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