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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막지 마라”…이승환 구미 공연 강제 취소에 음악인·팬들 분노


입력 2024.12.24 09:57 수정 2024.12.24 09:57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구미시가 개최 이틀 전 일방적으로 공연 취소를 발표해 논란이 된 이승환의 35주년 기념 콘서트 관객들이 환불금액을 그대로 기부하는 방식으로 가수의 분노에 동참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이승환의 팬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당초 오는 25일 경북 구미시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이승환의 35주년 기념 콘서트 ‘HEAVEN’이 구미시의 결정으로 취소되자 콘서트 티켓을 환불한 금액을 그대로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은 이승환이 20년 동안 기부 콘서트 수익금 전액을 기부해 온 곳으로, 이승환이 올해까지 누적 13억 5000만원을 기부해 누적 170여 명의 소아암 어린이가 치료비를 지원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승환 역시 이 사실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알리며 “분노를 기부로 푸는 드팩민들 최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또 다른 팬들 역시 기부 대열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23일 구미시는 보수우익단체와의 충돌이 예상된다는 표면적 이유를 밝히며 이승환 콘서트 대관을 취소했으며, 콘서트 환불 및 반환금 문제는 추후 법률 대리인을 통해 진행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다만 이승환 측은 “구미시가 안정상의 이유로 콘서트 공연장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으나 진짜 이유는 ‘정치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조항이 담긴 서약서에 날인을 거부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 문제다. 창작자에게 공공기관이 사전에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문서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했고, 그 요구를 따르지 않자 불이익이 발생했다. 우리 사회의 수준을 다시 높일 수 있도록 문제를 지적하고 바꾸겠다”고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한편 구미시의 부당한 공연 취소 결정 이후 이승환은 오히려 추가 공연 문의가 늘고 있다며 전국 투어 일정을 연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구미 공연 취소 기사 이후 여러 곳에서 공연 유치 문의가 오고 있다”며 “3월 말로 투어를 끝내려는 계획을 수정하여 7월까지 헤븐 투어를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음악인들의 긴급 성명문도 이어졌다. 음악인선언준비모임은 23일 ‘노래를 막지 마라’란 제목의 긴급 성명문을 통해 “예술가의 문화예술 활동은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의 기본권이다. 그럼에도 구미시가 ‘안전’을 이유로 이승환 콘서트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에 음악가들은 큰 실망과 우려를 표한다. 구미시가 제시한 ‘안전상의 우려’는 행정이 해결해야 할 갈등을 회피하고, 공연 취소라는 손쉬운 선택으로 책임을 외면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구미시의 대응을 비판했다.


또 “이미 계약이 체결되고 티켓 예매가 완료된 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함으로써 행정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그 결과, 이번 공연을 기다려 온 팬들의 마음에도 큰 실망과 상처를 주었다”라며 “구미시의 이번 결정은 한국 대중음악사에 부끄러운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며, 문화예술 검열의 암흑기를 상징하는 사례로 길이 남을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우리는 이 사태가 한국 문화예술계에 드리운 검열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며 이승환 콘서트 대관 취소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구미시 측에 요구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의 공식적인 사과도 촉구했다. 이들은 “김장호 구미시장은 예술인과 시민들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 당연히 구미시는 문화예술 행정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시민의 문화향유권을 보장하고 예술 검열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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