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이차전지 소재 부문 사장 모두 교체
승진규모 30%이상·임원규모 15% 축소
경영환경 불확실...위기대응 속도 높인다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취임 후 첫 정기인사를 통해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주력사업인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의 부진 탈출을 위해 과감한 세대교체와 조직 슬림화를 단행하며 반전을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두고 '장인화 1기'의 출범 채비가 사실상 완료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포스코그룹은 23일 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장 회장의 인선 키워드는 '세대교체'로, 전면적인 인적 쇄신이 진행됐다. 전임자 최정우 회장의 사람들을 모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했다. 이들의 자리는 '장인화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연초 있었던 사장단 인사에서 회장 후보자 신분 탓에 인선에 힘을 싣지 못한 장 회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최정우 전 회장 라인으로 평가됐던 이시우 포스코 사장과 유병옥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 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포스코그룹의 핵심 사업인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부문에서 모두 리더십 교체가 진행된다.
포스코그룹은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검증된 내부 우수 인재를 중심으로 과감한 세대교체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그룹의 2인자 격인 철강 부문 포스코의 신임 대표에는 이희근 설비강건화TF팀장(부사장)이 선임됐다. 이 신임 대표는 포항제철소 안전환경본부장 등을 역임한 이력을 바탕으로 '안전 및 설비 강건화 추진'에 적임자로 평가된다. 포스코가 '안전'에 특화된 인물을 사장에 인선한 것은 올해 연이은 사업장 내 화재 사고로 홍역을 치른 데 대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룹의 또다른 핵심인 이차전지 소재 계열사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에는 엄기천 에너지소재사업부장(부사장)이 선임됐다. 엄 신임 사장은 2015년 포스코 신사업관리실 PosLX사업추진반 사업화프로젝트팀장을 시작으로, 2021년 포스코 철강기획실장, 2024년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사업부장을 거쳐 선임됐다. 엄 사장은 이미 올해부터 에너지소재 전반의 사업을 책임진 인물로, 이차전지소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알려졌다.
그 외 주요 계열사에서도 승진 및 선임이 진행됐다. 포스코이앤씨는 정희민 건축사업본부장(부사장)이 대표로 승진했다. 포스코DX 대표에는 심민석 포스코 디지털혁신실장(상무)이 선임됐다. 사업회사 대표들은 각사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취임한다.
포스코그룹은 조직을 슬림화하며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대내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짙어지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응에 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다.
포스코홀딩스는 '본부제'를 도입하여 의사 결정 단계를 간소화했다. 기존 '총괄제(총괄-팀-담당)' 조직을 '본부제(본부-실)'로 재편해 6본부(▲미래전략본부 ▲사업시너지본부 ▲재무IR본부 ▲기업윤리본부 ▲커뮤니케이션본부 ▲경영지원본부)·1원(미래기술연구원) 체제로 전환했다.
이 외에도 미래 성장투자 기능은 '미래전략본부'로, 사업관리 기능은 '사업시너지본부'로 통합했다. 홀딩스 산하 '원자력협력추진TF팀'을 신설, 최근 탈원전 정책 기조를 탈피하고 되살아난 원전 산업에 편승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최근 해외 거점 안정화 및 신규 투자 계획까지 마련한 포스코그룹은 안정적인 제반 마련을 위한 자체적인 컨트롤타워도 마련했다. 포스코홀딩스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수립한 인도지역 투자 가속화를 위한 '인도PJT추진반'을 신설했다. 또 호주 현지에 핵심 광물 확보와 원료 공급망 강화를 위한 '호주핵심자원연구소'를 설치했다.
포스코퓨처엠은 기술력 확보 및 R&D 기능 강화를 위해 '에너지소재연구소'와 '기초소재연구그룹'을 통합해 사장 직속으로 이관했다. '경영기획본부'와 '경영지원본부'를 통합해 스탭 조직을 슬림화도 진행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트레이딩 분야를 3개 본부(▲철강 ▲친환경 ▲식량바이오)에서 2개 본부(▲철강 ▲소재바이오)로 통합했다. 에너지분야는 '에너지사업개발본부'로 운영된다. 포스코이앤씨는 그린에너지영업실과 사업실을 '에너지사업실'로 통합하고 포트폴리오 강화, 수주·시공 프로세스 고도화를 담당하는 '사업구조혁신TF'를 신설했다.
포스코DX는 사업 구조조정을 반영하여 물류자동화추진반을 폐지하고, DX혁신 기술 확보 및 미래 먹거리 창출에 역량을 집중한다.
한편, 포스코그룹은 임원 규모를 15% 축소하고 승진 규모도 전년보다 30% 이상 축소(‘2024년 92명 → ‘2025년 62명)했다.
포스코그룹은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5명의 여성 임원을 신규 선임했다. 이번 그룹 인사에서 신규 선임되는 45명의 임원 중 여성 임원 비율은 11%에 달한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조직개편과 임원인사에 이은 직원인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조직 안정화를 통해 사업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