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아~이준석 공개 갈등…사무총장 경질이 원인
李, 몸담는 곳마다 '다툼'의 중심에
"작은 당 갈등도 조율 못해 "…자질에 의구심 ↑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돌입으로 정치권이 '조기 대선' 준비에 분주한 가운데, 돌연 개혁신당에 내홍이 불거졌다. 이준석 의원이 허은아 대표를 저격하고 허 대표도 이제 맞서면서 파문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번 개혁신당 내부의 갈등이 대권주자 이준석 의원의 리더십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허은아~이준석, SNS서 공개 설전…갈등 격화
개혁신당의 내홍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지난 전당대회 이후 허 대표와 이 의원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는 정치권의 오래된 정설이었다.
한 개혁신당 관계자는 "이 의원과 허 대표가 서로 소통을 안 한 지도 꽤 됐다"며 "이 의원은 허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것부터 마음에 안 들어 했다. 허 대표의 능력적인 부분에 불만이 있었고, 허 대표도 잘 풀어보려고 노력했던 시간이 있었지만 결국 잘 풀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꽤 오래도록 쌓여온 개혁신당의 내홍이 터지게 된 계기는 허은아 대표가 지난 16일 이준석 의원 핵심 측근인 김철근 사무총장을 경질하면서다. 당시 정재준 전략기획부총장과 이경선 조직부총장도 함께 경질됐다.
이들이 경질된 배경에는 김 총장이 허 대표에 보고도 없이 사무총장 권한 확대 내용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을 시도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정안에는 사실상 당대표의 역할을 위협할 정도로 사무총장의 권한이 확대되는 내용이 담겨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경질 이후 허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을 지낸 문병호 전 의원을 새 사무총장으로 임명하려다 당내 반대로 실패했다. 개혁신당 지도부 인사들이 허 대표가 제시한 문 전 의원 임명안이 이준석 의원과 당의 고리를 끊으려 하는 것 아니냐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준석 의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알아서 고립무원의 지위에 놓인 사람이 결자해지 해야 한다"며 "어떻게 그렇게 단시간에 당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배척당하는지 의문"이라고 허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자기가 사고쳐놓고 누구한테 뒤집어씌우느냐"라며 "최근 당직 인선과 관련해 허은아 대표에게 어떤 의견도 개진한 바 없고 어떤 소통도 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허 대표도 즉각 반박했다. 허 대표는 19일 페이스북에 "기득권을 내려놓고 대안 정당을 만들고자 모였지만, 당의 체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나의 미숙함 또한 있었다"며 "마음 같아선 문제가 불거진 이후 즉각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었으나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오늘 최고위원회의까지 상황을 지켜보자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그런데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순 없었다"며 "개혁신당은 어떤 경우에서라도 절차적 정당성은 지켜야 한다"고 했다.
허 대표는 "나는 당대표로서 원활한 당무를 하기 위해 몇 개월간의 고민 끝에 김철근 사무총장에 대한 경질을 결정했다. 그 과정에서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한 내 불찰도 있다"며 "조속히 당의 체계를 구축하고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의욕만큼 더 살피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논란이 되고 있는 김철근 사무총장 경질에 관해선 입장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논란의 발단은 사무처 규정에 관한 당헌·당규 개정"이라고 했다.
허 대표는 지난 11월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대표가 당직자 인사에 관해 최고위 의결을 통한 임면권과 추천권을 가지고, 사무총장·정책위의장·연구원장에 대해선 최고위 협의를 거쳐 임명한다는 당헌과 △사무총장은 당대표의 명을 받아 사무처의 업무를 지휘 총괄한다는 등의 내용의 당규를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허 대표는 "그런데 김철근 사무총장은 몇몇 사무처 직원들과 국회 앞 '어펜딕스'에서 해당 당헌·당규 수정안을 논의했다"며 "이 자리에서 논의된 수정안은 '사무총장은 당대표의 명을 받아 사무처의 업무를 지휘 총괄한다'는 규정을 삭제하고, 사무총장의 권한을 당연직 전당대회 의장, 당연직 공천관리위원, 당연직 원내대책회의 구성원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무총장의 권한을 기형적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문제이지만,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번 의결된 사항을 최고위원회에 소속되지도 않은 일부 당직자들이 수정하려 한 절차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당시 사무총장에게 경고했고, 이후 여러 가지 사정으로 경질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허 대표는 "개혁신당이 왜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느냐.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하지 않은 '힘의 논리'가 명분에 앞서는 정치를 하지 말자고 모인 것 아니냐"라며 "그런데 과거 국민의힘에서 경험했던 것과 비슷한 일이 개혁신당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 의원은 허 대표의 이같은 입장 표명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허위사실로 당원들에게 해명해봐야 하루도 못 간다"며 "마지막까지 기대를 해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이야기 안 했던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안에 대해서 당 사무처에서 어떻게 사실관계를 확인해서 보고했는지 당원들에게 공개하라"며 "그리고 그 보고서가 공개되고도 똑같은 허위 해명을 할 수 있을지는 양심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허 대표와 이 의원 사이의 갈등이 공개전으로 번지면서 갈등은 한동안 더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어디서나 갈등의 중심…리더로서 자질에 의구심
이처럼 의원 3명의 소수정당인 개혁신당에서도 이 의원을 중심으로 갈등이 빚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이 의원의 정치력과 차기 정치지도자로서의 자질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이 의원은 개혁신당 이전에 몸을 담은 국민의힘에서도 당 내부 인사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이 과정에서 대선 전후로 자신과 한배를 탔던 신인규 전 국민의힘 부대변인, 박민영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과 갈라서기도 했다. 그렇게 갈등의 중심에 섰던 이 의원은 친윤계와 거듭 갈등하다 끝내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이로 인해 국민의힘 당시 노선을 함께 했던 김용태 의원, 김재섭 의원 등과도 작별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을 떠나고서도 이 의원의 갈등의 정치는 계속됐다. 총선 당시 개혁신당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필두로 한 새로운미래와 합당을 했다. 그러나 이 의원과 이 전 총리는 통합 11일만에 갈등을 빚으며 합당이 무산됐다.
당시 이 전 총리는 개혁신당과의 결별 기자회견에서 "합의를 허물고, 공동대표 한 사람에게 선거의 전권을 주는 안건이 최고위원회의에서 강행 처리됐다"며 "그들은 특정인을 낙인찍고 미리부터 배제하려 했다. 낙인과 혐오와 배제의 정치가 답습됐다"면서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입당과 공천에 반대한 이 의원의 행태를 지적했다.
개혁신당을 차려 총선을 치른 이후에도 어려운 시절 당을 함께 했던 인사들과 관계가 소원해지는 일은 반복되고 있다. 양향자 옛 한국의희망 대표, 이원욱·조응천 전 의원 등이 개혁신당에서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한때 '천아용인'에서 김용태 의원 대신 '용'의 자리를 채웠다던 김용남 전 정책위의장은 이 의원에게 비판적인 스탠스로 돌아섰다.
현재 이 의원은 차기 대선 출마를 시사하고 있다. 지난 16일 이 의원은 JTBC 유튜브 라이브에 출연해 '대선 출마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김영삼 대통령이 40대 기수론을 했기에 40대 기수론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이 의원이 대선 출마를 시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 의원이 대선을 앞두고 자신이 창당한 정당에서 마저 유사한 갈등을 반복하면서 이것이 이 의원 대권가도의 최대 한계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헌기 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페이스북에서 이 의원을 겨냥해 "'대선주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자기가 속한 작은 당의 갈등 하나 조율할 의지를 보이지 못해 '니가 알아서 푸셈' 하고 툭 던지는 걸 유권자들은 어떻게 이해할까"라며 "그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수많은 복합갈등은 어떻게 대할지 의문을 갖지 않을까. 게다가 그 대상이 다른 이도 아니고 국민의힘 때부터 천아용인이니 하며 같이 해온 핵심동지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개혁신당 관계자도 "'이 의원과 일을 해본 사람만이 이 의원을 안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이 하나도 틀리지가 않다"며 "본인만 생각을 한다. 본인만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런 식으로 일을 풀어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이 이런 점을 고치지 않으면 나중에 이 의원은 크게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