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로부터 직무정지·중징계 요구받고도 스포츠공정위 심사 무난히 통과
내년 1월 나란히 대한체육회장·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당선 가능성도 높아
각종 논란과 의혹에 휩싸여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중징계 요구까지 받은 체육계 회장들이 국민의 뜻과 반대로 ‘마이 웨이’를 걸으며 연임 도전을 선언했다.
문체부는 지난달 11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게 ‘직무정지’를 통보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5일에는 대한축구협회 특정감사를 통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런 직무정지나 자격정지 요구는 두 회장의 연임 도전에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체육회 정관상 회장 등 임원은 4년 임기를 마치고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는데 3연임에 도전하려면 스포츠공정위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이기흥 회장은 체육계 안팎의 반대 속에도 3선 도전의 첫 관문을 넘었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지난달 12일 전체 회의를 열고 이 회장 연임 자격을 승인했다. 이번 승인 결정으로 조만간 후보등록을 마치면 내년 1월 실시되는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공정위 발표 전날 이 회장에게 직무정지를 통보한 문체부는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장이 임명한 스포츠공정위원회가 본인의 연임 여부를 심의하는 것이 이른바 '셀프 연임 심사'로 불공정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며 "대한체육회는 공정위원회 구성 및 운영의 불공정성에 대한 문체부와 국회, 언론 등 각계 지적에도 이를 무시하고 심의를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도 지난 11일 스포츠공정위원회 연임 심사에서 승인 통보를 받아 내년 1월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승부 조작 등 비리 축구인 사면 시도와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개입 의혹 등 숱한 논란 속에도 정 회장은 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얻었다. 위원들 사이 갑론을박도 있었지만, AFC 집행위원 당선 등의 성과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예외 조항에 대해 평가한 뒤 정몽규 회장의 선거 출마를 승인했다.
정 회장은 19일 포니정재단빌딩 1층 컨퍼런스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정 회장은 "대한축구협회장에 다시 한 번 도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지난 12년 동안 많은 분과 고민하며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사람으로서 회장직을 내려놓는 것은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와 축구협회가 미진했던 것들, 잘못한 것들에 대한 비판은 가감 없이 수용해 협회의 발전을 위한 자양분으로 삼겠다. 누구보다 큰 책임감으로 결자해지의 굳은 각오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정 회장이 첫 관문을 통과하면서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3파전이 됐다. 정 회장의 선거 출마 승인과 함께 허정무 전 국가대표 감독, 신문선 명지대 교수가 경쟁한다.
국민적 여론은 좋지 않지만 현직 프리미엄을 떠올릴 때, 두 회장의 당선 가능성은 높다. 문체부 경고나 징계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 웨이를 걷고 있는 회장들은 ‘(쫓겨나듯)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권력욕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측근들에게는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선택이라고도 말한다.
앞서 문체부는 유인촌 장관의 “연임을 강행할 경우 승인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함께 국고보조금 지급 중단 등 여러 개의 경고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비상 계엄선포와 탄핵 정국에서 체육단체 선거 이슈가 가라앉았다.
주무 부처인 유인촌 장관도 다른 국무위원들과 함께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라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유 장관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두 분이 모두 출마하더라도 선거는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 같다. 선거 국면이라서 지금으로서는 뭐라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추대 형식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후보로 나왔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자정할 수 있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