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 내년 1월 출범
한미정상회담 개최 여부 ‘불투명’
탄핵 정국으로 정상 외교도 공백
트럼프 정부 2기 출범 등으로 통상 환경 변화,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대외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주요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대비해 외교 활동에 시동을 걸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탄핵으로 혼란스러운 실정이다.
탄핵정국 상황이 외환경제 등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우리나라 경제 정책이 정상화돼 있다는 걸 빠르게 보여줘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미국 새 행정부 출범 시기에 대통령은 직무정지
우리나라는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취임 직후 신속하게 한미정상회담을 마련할 계획을 세웠다. 그간 미국에 새 행정부가 출범하면 통상 수개월 내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됐다.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우리 입장이 미국 정책에 반영토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탄핵정국을 맞이하면서 권한대행 체제에서 한미 정상 간 양자회담은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최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주최 대담에서 참석자들은 한국 정치적 위기라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한 바 있다.
토론에서 헤리티지재단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덕수 권한대행 양자회담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며 “한덕수 권한대행과 트럼프 당선인이 다자 회담에 참석한다면 만날 가능성이 있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권한대행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 갈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새 행정부 출범 등 중요한 시점에 대통령 직무정지로 정상외교도 공백 상황을 맞게 된 셈이다.
과거 두 차례 탄핵국면…모두 금융·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과거 두 차례 탄핵국면과 현 사태 모두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경제심리가 약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은 최근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금융경제 영향 평가’ 보고서를 통해, 과거 두 차례 탄핵 국면에서는 주가 투자심리 악화로 하락했다가 국회 탄핵안 가결 이후 단기간 내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2004년에는 수출 호조에 따른 기업실적 개선을 배경으로 전년도에 이어 상승 추세가 이어졌다. 중국 긴축전환 등으로 상당폭 조정되기도 했다. 2016년은 글로벌 반도체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조로 장기간 상승 추세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스프레드는 탄핵국면을 맞이하면서 하락했다. 2004년 신용스프레드는 축소 추세를 이어갔다. 2016년에는 소폭 상승하다가 국회 탄핵안 가결 이후 하락 전환됐다.
환율도 국회 탄핵안 가결 전후로 변동성이 확대됐다. 2004년은 수출 호조 미 연준 완화기조 등으로 전년에 이어 원·달러 환율이 강세 흐름을 보였다. 2016년 말 이후에는 미 신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에 따라 약세를 보이다가 강세로 전환됐다.
현 정부는 대외여건 악화까지 겹쳐
이번 비상계엄 사태 때도 이전 탄핵국면과 마찬가지로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경제심리가 악화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정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환율은 급등했다. 비상계엄 조기 해제, 정부·한국은행 시장 안정화 조치 등으로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1차 국회 탄핵안 부결 이후 환율과 주가 변동성이 재차 확대됐다.
원·달러는 이달 4~6일 –1.1%를 기록했으며, 9일엔 –1.2%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 10~13일엔 강세(+0.3%)를 보였다. 주가지수도 이달 4~6일 –2.9%, 9일 –2.8%, 10~13일 +5.7%로 변동성이 컸다.
금융·외환시장 변동은 과거 탄핵국면과 비슷한 흐름이나, 이번 정부에선 ‘대외여건 어려움’이라는 변수가 존재한다.
과거 탄핵국면에는 중국의 고성장(2004년), 반도체 경기 호조(2016년) 등 우호적인 대외여건이 수출개선을 통해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이번에는 통상환경 불확실성 증대, 주력산업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대외여건 어려움이 커진 상황이다. 결국 우리나라 경제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은 측은 “추경 등 주요 경제정책을 조속히 여야가 합의해 추진함으로써 대외에 우리 경제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모습을 가급적 빨리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이와 함께 통상환경 변화, 글로벌 경쟁 심화에 대응해 자본시장 선진화, 산업경쟁력 강화 등 구조개혁 노력을 지속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와 대통령 탄핵정국에 따른 금융, 대외 관계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합동 외신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최 부총리는 “대외신인도 관리에 역점을 두면서 내년 예산을 1월 1일부터 즉시집행, 공공기관·민간투자·정책금융 등 가용재원을 총동원해 상반기에 신속 집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