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 아닌 미개봉 제품도 파나요?"…중고 플랫폼서 판치는 위스키 불법 거래 [데일리안이 간다 110]

중고거래 플랫폼서 위스키 공병 판매한단 게시물 봇물…주류 판매 위한 '꼼수 거래'

판매자 "불법인 것 알고 있다…국세청이나 플랫폼 단속 피하기 위해 공병 판매로 글 올려"

당근마켓 "거래금지 품목 판매 적발 시 즉각 이용 제재…금칙어 리스트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중고나라 "수시로 모니터링…AI 챗봇 활용해 거래 제한 상품 알려주는 메시지 전송"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비싼 가격에 판매 중인 위스키 공병들.ⓒ중고거래 플랫폼 화면 캡처

최근 위스키에 대한 인기가 중장년층을 넘어 청년층까지 확대되면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개인 간 주류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그런데 주류 판매 면허가 없는 일반인이 위스키를 파는 것은 불법인 만큼 '공병 판매'라는 꼼수 방식을 활용해 거래가 이뤄져 논란이 되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들은 인공지능(AI) 활용한 제재 수단과 모니터링 등을 통해 불법 거래 적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8일 당근마켓,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사이트에 따르면 야마자키, 로얄살루트, 조니워커, 히비키 등 다양한 종류의 고급 위스키 공병을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이들 가격은 5000원부터 50만원까지 다양하게 형성돼 있는데, 그 이유는 진짜 공병 거래 뿐만 아니라 주류 거래를 하려는 이들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면허가 없는 일반인이 온라인에서 주류를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정당한 면허 없이 주류 등을 판매한 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시장에 유통 중인 상품은 물론 주류 제조의 원료가 되는 주정의 반출도 면허를 받은 사람만 가능하다.

하지만 인테리어 소품이나 희소성 등을 이유로 위스키 공병을 판매하는 것은 위법 사항이 아니다 보니 단속을 피하려는 '꼼수 거래' 수법이 늘고 있다. 판매자들은 공병의 가격을 미개봉 제품 가격과 엇비슷하게 책정하거나 미개봉 공병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구매자에게 신호를 주는 방식을 주로 활용한다.

이날 데일리안이 당근마켓에서 위스키 공병 판매 게시물을 올린 판매자에게 구매 의사를 밝히자 1분도 채 되지 않아 곧장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 "공병이 아닌 미개봉 제품도 판매하느냐"라고 묻자 이 판매자는 "미개봉 제품 1병을 판다"고 답했다.

데일리안이 판매자에게 미개봉 위스키 상품을 파느냐고 묻자 "새 것 1병을 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중고거래 플랫폼 대화 화면 캡처

일반인의 주류 판매가 불법인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알고 있다. 그래서 국세청이나 플랫폼 등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공병 판매로 게시물을 올린 것"이라고 전했다.

위스키 공병을 판다며 게시물을 올린 또 다른 판매자에게도 미개봉 제품을 파느냐고 묻자, 새 상품 사진을 보내오며 거래 금액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불법임을 인지하고도 암암리에 꼼수 거래가 이뤄지는 배경에는 일본 등 현지에서 저렴한 가격에 위스키를 구매해 국내에서 판매하면 차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오픈런을 통해 구한 희귀 위스키를 웃돈 붙여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성동구의 한 대형매장 내 주류 판매점.ⓒ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당근마켓 관계자는 "주류와 같은 거래금지 품목에 대해서는 머신러닝과 키워드 필터링, 모니터링, 이용자 신고 등을 통해 미노출 및 이용 제재를 하고 있다"며 "정책 위반 글의 상당수는 자체 AI 시스템 및 키워드 필터링에 의해 1차로 걸러진다. 새롭게 생겨나는 은어나 패턴 등을 반영해 금칙어 리스트를 지속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상품 등록 시 거래제한 상품 관련 키워드를 작성하는 경우 등록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또 거래제한 상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수시로 진행하고 있으며, AI 자동 알림 챗봇을 활용해 이용자에게 거래제한 상품임을 알려주는 메시지를 전송하고 있다"며 "은어를 활용해 상품 등록을 하는 사례도 종종 있는데 이런 것까지 적발하기에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키워드를 수시로 최신화하고 이용자가 거래제한 상품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안내 창구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공병 판매'를 주류 거래로 위장한 사용자의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제재 처리하고 있다"며 "이용자 보호를 위해 판매 글, 특정 키워드와 패턴을 분석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