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까지 지급액 2조3723억
생보사 18곳 일제히 증가세
1인실 보험 '출혈경쟁' 영향
가이드라인 전 재과열 양상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고객의 입원에 대해 지급한 보험금이 1년 만에 3000억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입원비보험 같은 제3보험이 실적 측면에서 더욱 유리하게 작용하자 생보사들이 무리한 경쟁을 벌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병원 입원비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보험사들의 과당경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사 22곳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고객들에게 지급한 입원급여금은 9조13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2980억원) 늘었다.
주요 생보사별로 보면 우선 삼성생명의 입원급여금 지급액이 2조372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은 1조5108억원으로, 교보생명은 1조986억원으로 각각 2.87%, 1.98%씩 늘었다.
그 외 ▲라이나생명(7949억원) ▲신한라이프생명(6540억원) ▲AIA생명(5763억원) ▲NH농협생명(3620억원) ▲동양생명(3321억원) ▲흥국생명(2832억원) ▲미래에셋생명(2653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22개 생보사 중 4곳을 제외한 18곳이 모두 일제히 증가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은 108.49% 급증하며 45억6600만원을 기록했다.
생보사의 입원보험금이 증가한 배경에는 보험사들의 무리한 출혈경쟁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IFRS17이 도입되면서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확보가 중요해졌다. 입원비보험은 제3보험 영역으로 CSM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무리한 과당경쟁을 했단 지적이다.
실제로 올해 초 보험사들은 상급종합병원 1인실 입원비를 보장하는 보험 상품을 둘러싸고 출혈경쟁을 벌여왔다. 상급종합병원 1인실 입원비는 비급여로 전액 본인부담을 해야 한다. 보험사들은 이 점을 파고들어 보장금액을 기존 10만원에서 60만원으로 대폭 올렸다. 당시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일단락 됐지만 최근 들어 다시 경쟁에 불붙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입원보험금 지급 증가에는 보험사들의 과당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며 "내년부터 보장금액 한도 산정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다 보니 올해 안에 최대한 CSM을 확보하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늘어나는 입원보험금을 두고 보험사기,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 문제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입원비보험은 중복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여러 보험사를 통해 입원비보험을 가입하고, 보험금을 수령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소액 입원보험금 수령이 증가하고 있다"라며 "입원을 굳이 안 해도 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입원을 해 소액으로라도 보험금을 타가는 모럴해저드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